‘구속 전력’ 이흥구 대법관 후보 “약자의 삶, 더 잘 이해하는 계기 돼”

이흥구 대법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출석, 선서를 하고 있다. [연합]

대학생 시절 구속 전력이 있는 ‘국보법 위반 1호 판사’ 이흥구(57·사법연수원 22기) 대법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를 통해 “오히려 약자의 삶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고 언급했다.

이 후보자는 2일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 모두발언을 통해 “국가보안법 전력 때문에 정치적 편향을 우려하는 분들이 있음을 알고 있다”며 운을 뗐다.

그는 “구속돼 강압적인 수사를 받으면서 조사자와 피조사자 모두의 인격이 극단적으로 무너질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수사기록을 형식적으로 확인할 뿐 피고인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않는 재판이 얼마나 위험한지도 깨닫게 됐다”며 “이러한 경험으로 편견 없는 재판을 할 수 있게 됐고 공정한 재판을 할 수 있는 지혜와 용기를 갖게 됐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회에 앞서 국가보안법에 대한 견해를 묻는 서면 질의에서는 “국가보안법이 폐지되지 않은 상황에서 헌법재판소로부터 위헌결정을 받지 않은 이상 법관으로서 법률을 존중해 판단해야 함은 당연한 명제”라고도 했다.

이날 인사청문회에서는 이 후보자의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외에 아파트 다운 계약 및 위장전입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이 후보자는 지난 2002년 3월 부산 해운대구 좌동 아파트를 1억9000만원에 매수한 후 신고는 1억3000만원으로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05년 7월에는 해운대구의 다른 아파트를 2억4200만원에 매수하며 1억7000만원을 신고했다. 배우자와는 13년간 다른 주소지를 두기도 했다.

2005년 한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탈세나 교육 등 위장전입의 목적이 없었다”면서도 “국민 눈높이에 부합하지 못했다”고 했다.

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고 있는 만큼 이 후보자는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와 무관하게 국회 인사검증 과정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법관 후보자는 국회 본회의에서 임명동의안이 의결 절차를 거쳐야 한다. 지금까지 위장전입이나 다운계약서 논란이 더러 있었지만, 대법관 후보가 이러한 사유로 낙마한 전례는 없었다.

부산고법 부장판사인 이 후보자는 다음 달 퇴임하는 권순일 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됐다. 재산으로 총 14억5070만원을 신고했다. 병역은 지난 1984년 ‘폐결핵 활동성 미정’ 질병을 이유로 5급 판정을 받아 전시근로역(현역 면제) 복무했다. 공교롭게도 권순일 대법관은 이 후보자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집행유예형을 선고받았을 때 주심 판사였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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