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심위 불기소 권고에도 또 기소된 이재용…‘주주손해·회계기준·지시 관여’가 재판 쟁점

검찰이 처음으로 수사심의위원회의 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결정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과 함께 ‘이중 재판’을 받게 됐다. 이 부회장이 불구속 상태여서 구속기간의 영향을 받지 않는 데다가 이번 사안의 쟁점도 복잡해 재판이 장기화할 전망이다.

2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가 전날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한 공소장 분량은 133페이지 분량이다. 이 공소장엔 자본시장법 위반(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업무상 배임, 외부감사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뿐만 아니라 최지성 옛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등 삼성 관계자 10명의 공소사실도 담겼다. 수사기록은 총 437권 분량에 21만페이지가 넘는다.

앞으로 열릴 재판에선 삼성물산의 합병으로 주주들에게 실제로 손해가 발생했는지, 회계처리 방식을 변경한 것이 분식회계에 해당하는지, 이 부회장이 일련의 합병 과정에서 벌어진 상황에 관여했는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앞서 구속영장 청구 단계에서 적용하지 않은 배임 혐의를 추가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서 삼성물산 및 그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이다. 다만 회사와 주주들에게 구체적으로 얼마의 손해가 발생했는지는 밝히지 않았다.

검찰은 합병 비율에 따른 매각금액을 비교할 때 4조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을 확인했다면서도 합병 자체를 거부하고 다른 형태의 의사결정을 할 수도 있어 배임 액수를 금액으로 특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검찰이 재판에서 유죄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 차장급 검사는 “배임죄로 기소하면서 ‘피해액 불상’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경우 유죄를 받는 일이 드물다”고 말했다. 되레 이 부회장 측은 당시 합병 효과를 면밀히 검토했고, 시너지 효과가 크다고 판단해 올해 예상 매출액이 60조원으로 전망됐다며 긍정적 효과를 냈다고 맞선다.

검찰이 부당 합병의 전제로 내세운 회계부정 여부를 두고도 치열한 공방이 벌어질 전망이다. 검찰은 삼성바이오로직스가 2015년 말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했다며 단독지배에서 공동지배 구조로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장부상 회사 가치를 4조5000억원 늘린 것을 분식회계로 본다. 즉, 2011~2014년 삼성바이오가 삼성에피스를 자회사로 처리하다가 2015년부터 관계사로 회계처리를 하면서 자산·부채 규모가 달라진 것이 회계부정이란 주장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 측은 회계 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이 여러 차례 번복됐고,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반박한다. 삼성에피스 지분에 대한 ‘콜옵션’ 행사에 따라 공동설립자인 바이오젠의 지분이 달라질 수 있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지 회계부정이 아니란 게 이 부회장 측 주장이다. 2015년부터 회계기준을 바꾼 것 역시 국제표준에 어긋나지 않는 것이기 때문에 범죄가 될 수 없다고 맞선다.

검찰이 모든 쟁점을 해소하더라도, 결국 일련의 과정에 대한 이 부회장의 지시·관여 여부를 밝혀야 법정에서 유죄를 입증할 수 있다.

검찰은 공소사실에 이 부회장이 개입했다는 직접적인 정황을 담지는 못했다. 다만 지난해 8월 국정농단 사건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승계작업을 위해 이 부회장이 일련의 행위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2015년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이 합병을 반대하고 나설 때 이 부회장과 미래전략실이 골드만삭스 측과 대응방안을 논의한 점도 근거 중 하나로 본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국정농단 사건의 경우 뇌물 혐의 사건이어서 회계분식과는 무관하다고 주장할 전망이다. 국정농단 결론이 회계분식으로 곧바로 이어질 수 없다는 논리다. 골드만삭스 자문의 경우 외국계 자본이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황에서 방어를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이 사건을 이끈 이복현 부장검사가 중간간부 인사에 따라 대전지검으로 자리를 옮기지만 향후 재판에 참여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을 직접 조사하기도 했던 김영철 부장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별공판2팀장을 맡아 공소유지에 나선다. 이 부회장 측은 이 사건 재판에 대비해 변호인단을 보강할 계획이다. 안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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