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계작업이냐, 정상 합병이냐…‘이재용 기소’ 검찰-삼성 본격 공방 예고(종합)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검찰이 1년 8개월에 걸친 삼성 합병 수사를 마무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전격 기소했다. 검찰은 일단 이 부회장을 법정에 세웠지만, 승계작업을 위해 회계분식과 그에 따른 주가조작, 배임 등 혐의 입증까지는 험로가 예상된다.

1일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부장 이복현)가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회계부정과 주가조작, 배임 등 세 갈래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을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산정하기 위해 회계부정을 지시했는데, 이 결과 주가조작이 발생했고 불공정한 합병비율로 인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힌 업무상 배임이 이뤄졌다는 게 공소사실의 주요 골자다.

제일모직→삼성바이오→에피스 순차 지배… ‘콜 옵션’ 숨겼나

이 사안을 이해하려면 제일모직과 삼성바이오, 삼성에피스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알아야 한다. 제일모직은 삼성바이오 지분 40%를 보유하고, 삼성바이오는 다시 에피스 지분 85%를 소유했다. 에피스는 삼성바이오가 지분 85%를, 나머지 15%는 바이오젠이라는 해외 업체가 보유하는 것으로 합작 설립됐다.

하지만 증권선물위원회는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기준을 임의로 변경해 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것으로 바꿨고, 이를 통해 재무구조를 변경했다고 보고 검찰에 고발했다. 2011년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합작설립할 때 보유한 지분은 85%였지만, 바이오젠이 원하면 49.9%까지 에피스 주식을 매수할 수 있는 ‘콜옵션’약정이 있었는데도 이를 공개하지 않다가 2015년 4월 재무제표 주석에 이런 조건이 있다는 사실만 기재했다는 것이다.

정리하면, 삼성바이오는 2011~2014년까지는 에피스를 회계상 자회사로 처리했다. 하지만 2015부터는 회계처리 방식을 바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보유했다’며 에피스를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봤다. 실제 사업 성과에는 변화가 없는데, 바이오젠의 에피스에 대한 콜옵션을 고려했느냐에 따라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소유했는지가 달라진 셈이다.

삼성바이오 회계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승계작업일까

검찰은 삼성바이오가 회계처리 기준을 바꾸면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을 상실하는 대신 자산 부채 비율이 크게 개선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이날 이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삼성바이오가 2015년 회계처리 기준을 바꿔 에피스 투자주식을 자회사가 아닌 관계사로 재평가했고 이 결과 4.5조원의 자산이 재무제표에 과다하게 기재됐다고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제일모직 지분을 23.23% 보유하고 있었다. 제일모직이 삼성전자 지분을 4.06%가지고 있던 삼성물산과 합병하면서, 이 부회장은 합병 이후 통합된 삼성물산 주식 16.4%를 보유하게 됐다. 이 합병작업으로 인해 이 부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삼성전자 지분은 7.21%에서 11.26%로 상향됐다. 문제는 합병 비율이었다. 두 회사가 합병하려면 1주당 가치평가를 해야 하는데, 제일모직은 자회사인 삼성바이오 재무상태가 크게 개선되면서 주가가 올라갔다. 검찰은 “제일모직 주가는 높고, 삼성물산 주가는 가장 낮은 시점을 정해 승계계획대로 합병을 실행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사건 기소 여부를 두고 검찰의 침묵이 길어지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변호인단 반격… “합병 비율 정당 이미 결론, 회계기준 위반 아니다”

이 부회장이 기소된 직후 삼성 변호인단은 입장문을 내고 “투기펀드인 엘리엇 등이 제기한 여러 건의 관련 사건에서의 법원 판결 등을 통해, 삼성물산 합병은 정부규제 준수, 불안한 경영권 안정, 사업상 시너지효과 달성 등 경영상 필요에 의해 이루어진 합법적인 경영활동이었다고 판단받았다”고 반박했다.

2015년 당시 외국계 자본 엘리엇은 삼성물산 7.12%를 보유한 사실을 발표하며 경영권 분쟁을 유발했다. 삼성물산이 삼성전자 주식을 4.06%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합병을 통해 통합 삼성물산의 삼성전자 지분을 11.27%까지 끌어올린 것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서가 아니라 외국계 자본의 공세에 따른 방어조치였다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삼성바이오 회계처리 기준을 바꾼 것도 흔히 말하는 ‘분식회계’가 아니라고 설명한다. 분식회계는 허위거래를 재무제표에 반영해 기업 가치를 속여 이득을 취하는 것인데, 삼성바이오가 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사로 바꾼 것은 바이오젠의 콜옵션을 고려한 것으로 국제 회계기준에 위반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변호인단은 “회계처리에 대한 금융당국의 입장은 수차 번복되었고, 12명의 회계 전문가들도 회계기준 위반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법원 역시 이재용 부회장의 분식회계 혐의 관련 영장 심사에서 회계기준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주장했다.

이재용 개입 여부, 주주들 손해 입증 가능할까

검찰이 이 부회장을 처벌하는 단계는 험난하다. 향후 재판 단계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비율이 불공정하고, 삼성바이오 회계처리기준을 바꾼 게 부당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이 모든 걸 성공하더라도, 이 부회장이 직접적으로 관여했거나, 최소한 보고를 받고 묵인했다는 사실을 밝혀야 한다. 검찰은 ‘국정농단 사건’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경영권 문제 해결을 청탁했기 때문에 이 점이 입증된다고 본다. 당시 청와대가 삼성물산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을 움직였기 때문에 합병이 가능했다는 것이다. 다만 최순실 일가에 지원을 하게 된 계기가 삼성의 현안해결이었다는 뇌물 범죄 구조를 분식회계와 주가조작이 복잡하게 얽힌 이번 사안에 그대로 적용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특히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점은 기존에 알려지지 않았던 혐의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검찰은 구체적으로 삼성물산 합병으로 인해 주주들이 얼마 규모의 손해를 입었는지는 산정하지 못했다. 변호인단은 “삼성물산이 오히려 시가 총액 53조에 이르는 삼성바이오로직스 주식을 소유하게 되는 이익을 보았다는 점 등을 고려하여 의율하지 못했던 것인데, 기소 과정에 느닷없이 배임죄를 추가한 것은 피의자의 방어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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