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檢 승산 크지 않아…삼성 불확실성만 고조”

검찰이 지난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리자 미국과 유럽, 일본 등 글로벌 주요 외신들은 이를 긴급 타전하며 비중있게 다뤘다. 특히 검찰이 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의 ‘수사중단·불기소 권고’를 무시하고 기소를 강행한 점에 주목하며 사법리스크 장기화로 삼성의 경영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관련기사 3면

뉴욕타임스(NY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국 언론들은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하고 수심위가 기소에 반대한 점에 집중하며 검찰이 법정에서 확고한 승산이 있는 것은 아니라고 언급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유럽 언론은 사법리스크 장기화에 따른 삼성의 경영 타격을 우려했으며, 아시아 유력 경제신문인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검찰의 기소 강행이 조직의 구심력 저하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글로벌 유력 언론들은 검찰이 이재용 부회장를 비롯해 삼성의 전직 경영진 11명을 불구속 기소한 것을 주요 뉴스로 보도하며 향후 파장 등을 다각적으로 분석했다.

NYT는 “검찰에 확고한 승산(slam-dunk case)이 있는 것은 아니다”며 “법원이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하고, 수심위가 지난 6월 이 부회장을 유죄로 볼 증거 부족을 이유로 기소에 반대하는 의견을 내자 한국 사회에서 이 사건에 대한 의구심이 일었다”고 보도했다.

WSJ도 법리다툼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삼성 최고경영진 기소는 검찰이 수심위 권고를 따르지 않은 첫 사례”라며 “향후 수년간 재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며 대법원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수심위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과 함께 “13명의 시민들로 구성된 검찰수사심의위원회는 검찰이 이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지하고 기소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며 “해당 권고는 강제력은 없지만, 한국에서 가장 중요한 기업인 삼성에 대한 대중의 지지를 반영한 결과였다”고 덧붙였다.

유럽 언론들은 삼성의 경영 불확실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영국 유력 경제지인 파이낸셜타임스(FT)는 네덜란드 연기금 자산운용사(APG) 박유경 이사와 헤지펀드 투자자 등을 인용해 “삼성의 사법 리스크 장기화와 불확실성이 우려된다”며 “이번 기소로 이 부회장이 회사의 성장 기회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으며 대규모 인수합병(M&A)과 같은 주요 의사 결정이 지연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 닛케이는 검찰이 기소를 강행한 배경을 짚었다.

닛케이는 “집요하게 삼성을 수사한 검찰도 사정이 있다”며 “삼성이 수심위에서 불기소 상당의 ‘면죄부’를 얻으면서 진행 중인 다른 사건의 수사 대상자가 잇따라 수심위 소집을 요청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관례대로 검찰이 수심위의 권고를 모두 따르는 것은 검찰 조직의 구심력 저하를 면치 못해, 조직 방어를 위해서라도 기소를 단행할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이 국정농단 파기 환송심과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등 불법승계 의혹에 대한 잇단 재판으로 경영에 발목이 잡힐 것이란 관측도 이어졌다.

일본 공영방송인 NHK방송은 “이번 기소는 이 부회장이 다른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삼성 그룹의 경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닛케이 역시 “삼성의 경영을 맡고 있는 이 부회장은 뇌물수수 혐의를 둘러싼 재판이 지속되는 가운데 두 번째 재판을 안게 됐다”며 “삼성 경영에 걸림돌이 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외신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경기 위축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국내 1위 기업 삼성의 총수에 대한 기소가 한국 경제에 끼칠 영향도 다뤘다.

로이터통신은 “이번 기소 결정은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이 대기업들을 독려하고 있는 상황에서 나왔다”며 “일반 대중들도 한국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재벌’에 대한 처벌보다는 방역 및 경제 회복에 더 큰 관심을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AFP통신은 세종대 김대종 교수를 인용해 “최고경영진의 법적 문제가 삼성에 불확실성을 더하면서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천예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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