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유럽 공들이기 수포로?…면전에서 홍콩보안법 폐지 요구받아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왼쪽)이 1일(현지시간)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마스 장관은 왕 국무위원에게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폐지하라고 요구했다. [EPA]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미국과 외교갈등 돌파구를 찾기 위해 유럽을 찾은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히려 얼굴을 붉히고 돌아오게 됐다.

하이코 마스 독일 외무장관은 1일(현지시간) 베를린에서 열린 왕 국무위원과 공동기자회견에서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폐지를 촉구했다.

마스 장관은 “중국에서 한 나라 두 체제(일국양제) 원칙이 완전히 적용되길 바란다”면서 이 같이 말했다.

왕 국무위원은 홍콩보안법으로 홍콩의 자유가 보호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마스 장관은 “홍콩보안법의 영향에 대한 우리의 우려는 줄어들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EU는 지난 7월 말 홍콩보안법 등을 이유로 홍콩 감시와 탄압에 이용될 수 있는 물품의 중국 수출을 제한했으며 범죄인 인도제약 재고, 홍콩주민 입국비자 완화, 정치적 망명 활성화 등 대중 제재조치를 발표했다.

마스 장관은 또 홍콩에서 ‘신속하고 방해받지 않는’ 홍콩 입법회 선거를 실시할 것을 요구했다. 당초 이달 예정됐던 선거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이유로 1년 연기됐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불법적으로 선거를 연기했다고 반발하고 있다.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도 언급했다. 마스 장관은 신장 지역에 유엔 인권 고등판무관의 출입을 승인한다면 독일은 이를 매우 환영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체코 상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놓고 전날 왕 국무위원이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말한데 대해선 체코를 위협해선 안된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홍콩과 신장, 대만 등 중국이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를 모두 건드린 것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유럽연합(EU) 최대 경제국인 독일과 협력을 추진해온 중국의 의도를 무색하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당초 왕 국무위원은 이번 유럽 순방으로 미국의 외교적 고립을 타파하려 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에서 연설을 통해 미국이 국제적 책임을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하며 “중국과 유럽은 세계 안정을 위해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왕 국무위원이 찾은 5개국(이탈리아, 네덜란드, 노르웨이, 프랑스, 독일) 가운데 4개국이 홍콩인권법 철폐를 왕 국무위원의 면전에서 요구하면서 난처한 입장에 빠졌다. 왕 국무위원은 그때마다 ‘내정간섭’이라며 맞섰다.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제정 이후 영국으로 망명한 홍콩 민주화 인사 네이선 로가 1일(현지시간) 독일 외교부 청사 인근에서 중국의 홍콩 탄압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AP]

정작 왕 국무위원의 유럽순방에서 가장 주목 받은 인물들은 홍콩의 민주화 인사들이다. 이들은 왕 국무위원이 방문하는 곳을 따라다니며 집회와 기자회견을 열어 전세계 언론의 눈과 귀를 집결시켰다.

영국으로 망명한 네이선 로는 왕 국무위원이 처음으로 찾은 이탈리아에서 홍콩 문제를 외면하지 말라는 시위를 벌였으며, 마지막 순방국인 독일의 외교부 청사 주변에서도 항의 시위를 벌였다.

kwy@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