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코로나19, 익숙한 기술과의 이별을 요구한다

올 초부터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멈추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조금만 참으면 종식될 것이라는 희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종식 이후를 의미하는 ‘포스트 코로나19’는 힘을 잃었다. 대신, 코로나와의 기나긴 동행을 기정사실로 하면서 여기에 맞게 모든 생각과 행동을 수정해야 하는 ‘위드(With) 코로나19’로 접어들고 있다. 코로나19에 익숙해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이 새로운 어젠다를 앞다퉈 설정하면서 경제회복은 물론 산업 발전의 기본 틀을 변경하고 있다. 큰 물꼬를 정리하면 디지털 혁신이 주인공이고, 그린딜(녹색성장)과 자국 내 공급망 강화를 통한 내수 시장 활성화 등이 추가로 포함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람의 이동제한과 새로운 비즈니스 패턴의 등장은 디지털화의 촉매제가 됐고 이는 기업을 넘어 국가 차원에서도 중장기 미래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요소가 된 것이다.

하지만 경제전문가들은 국가 간 양극화를 걱정하고 있다. 디지털화에는 기술과 돈을 가진 나라가 절대적으로 유리하기 때문이다. 방향을 잘 설정하고 유한한 자원을 잘 분배할 국가차원의 리더십도 요구된다. 기업 차원에서도 전통기술에만 매달리면 미래 희망이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외국으로 눈을 돌려 보면 선후진국을 불문하고 디지털 인프라 건설과 인재양성, 규제완화 등을 통해 디지털이 모든 산업에 잘 침투하도록 정부 차원에서 앞장서고 있다. 중국은 ‘신사회간접자본(SOC)’이라는 프로젝트로 인공지능(AI), 산업인터넷, 신에너지 충전인프라, 빅데이터 센터, 5세대 이동통신(5G) 인프라 등 7개 분야에 최소 40조위안을 투자할 계획이며 이와 관련한 표준을 담은 ‘중국표준 2035’를 연내 공표할 예정이다.

디지털의 접목은 여러 사업영역을 넘나들고 기존과 완전히 다른 비즈니스 모델이 형성될 수 있다는 점에서 규제완화를 요구한다. 트럼프 행정부는 최근 두 차례의 행정명령을 통해 자동차 등 굴뚝산업과 환경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에 나섰다. 특히 ‘2-for-1 원칙(신규 규제 1개당 기존 규제 2개 폐지)’을 강조하면서 제조업에 활력을 불어 넣고 있다.

기업들의 움직임도 바빠지고 있다. 미래산업은 대규모 자금과 신기술을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연합체를 통해 부담을 덜고 있다. EU에서 200여개 업체가 민관수소연합에 참가하고 있으며 배터리연합과 탄소제로 철강제조 프로젝트에도 기업들의 집단참여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일본 기업들은 텔레워크의 광범위한 확산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평가체계 등 경영노하우와 비용절감 방안 마련을 위해 정부와 머리를 맞대고 있다. 인도 기업들은 모빌리티 솔루션 도입, 디지털 방송 및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 증가, 생체정보 신분증시스템 등으로 올해 70억 달러 규모의 관련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는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다. 그래서 공평하다는 말까지 회자된다. 그러나 더 분명한 것은 회복을 넘어 국가와 기업의 중장기 경쟁력을 결정하는데 그 어떤 생태계보다 차별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이라는 해법이 어떻게 기업과 비즈니스 현장에 잘 스며들고 혁신을 유도하느냐 하는가는 코로나19 극복보다 더 중요한 숙제인지 모른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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