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공공부문에서의 성과, 청년 여성들의 희망으로

최근 정부가 발표한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의 2020년도 상반기 이행점검 결과에 따르면, 국가직 본부 및 지방직 과장급 공무원, 공공기관 및 지방공기업 관리자, 국립대 교수 등의 2020년 여성 비율 목표를 이미 달성하거나 초과 달성하는 등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고 한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이 과거에 비해 계속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여성노동자들이 하위직, 비정규직, 저임금직종에 몰려 있는 상황을 생각할 때 공공부문의 다양한 의사결정 영역에서 여성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은 매우 긍정적이다.

무엇보다도 정부의 과장급 이상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관리자 및 임원과 같이 조직의 의사결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위치에서 여성이 증가했다는 점은 공공부문 의사결정구조의 다양성 제고, 다양성이 존중되는 조직문화 형성 등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

특히 올해는 유엔이 성평등 증진과 여성의 역량강화를 위해 ‘북경행동강령’을 채택한 지 25년이 되는 해라는 점에서 위와 같은 공공부문의 성과가 더욱 주목된다. ‘북경행동강령’은 정치, 경제, 사회적 영역의 모든 정책의 설계, 집행, 평가 등에 여성과 남성의 관심과 경험을 통합함으로써, 동등하게 혜택받고 불평등이 조장되지 않도록 법, 제도, 교육, 일상문화의 변화를 모색하는 성주류화 전략을 제시했다. 이를 이행하기 위한 우리나라의 25년간의 노력의 성과가 지금의 수준으로 나타난 것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이다.

관리자나 임원의 여성 비율을 늘린다는 것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는 청년 여성들에게 롤모델로서 희망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전반적으로 30대 여성 노동자들의 경력 단절이 심각하고, 관리자 직급으로 갈수록 여성이 적어지는 보통의 기업문화에서 여성 관리자나 여성 임원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여성 구직자들에게는 동기부여가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공부문의 성과를 이제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까. 많은 청년 구직자는 공공부문 취업을 희망하지만, 공공부문 취업이 원하는 모두에게 가능한 것은 아니고 경쟁은 더욱 격화되고 있다. 전체 일자리 중 공공부문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이다. 이제 보다 중요한 것은 민간기업에서의 여성참여와 여성대표성을 제고하는 것이다. ‘노동시장에서의 성차별 경험이 여성 청년에게 미치는 영향’이라는 연구에 소개된 어느 20대 여성의 다음과 같은 발언은 여성들의 승진과 고위직 진출이 얼마나 팍팍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저희 부서는 다 여직원인데, 팀장님도 여자시고 상무님도 여자세요. 그런데 중요한 건 다들 결혼을 안하셨어요. 높은 직급에 계신 분들을 보면 30대 중후반, 40대인데 다 미혼이에요.”

공공부문에서의 성과는 청년 여성들에게 희망을 보여주지만, 우리 앞에는 청년 여성들의 절망을 희망으로 바꾸어 나가야 하는 과제들이 여전히 많다. 문정희 시인이 “그 많던 여학생들은 어디로 갔는가”라는 시에서 안타까워했던 “그 많던 여학생들”이 여기까지 온 것에 박수를 보내면서, 이제 이 많은 여학생에게 더 많은 희망을 주는 사회가 되기를 희망해 본다.

박귀천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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