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인세 의존도 4.3% ‘역대 최고’…끝내 외면한 세율 합리화

경제규모 대비 법인세수 비율이 역대 최고치를 또 갈아치웠다. 우리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법인세 부담이 지나치게 높아 혁신성장을 발목 잡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기획재정부의 ‘중장기 조세정책 운용계획’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은 4.3%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18년 4.2% 대비해선 0.1%포인트 상승했다.

2000년대까지 평균 2% 내외에서 움직이던 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상승하고 있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3.6%에 머물렀지만 2018년 가장 큰 폭인 0.6%포인트 상승하면서 처음 4%선을 넘게 됐다. 오랜 기간 반도체 호황을 누린 덕에 법인세수가 GDP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기업들은 지난해 처음 3%포인트 인상된 법인세 최고세율(27.5%)이 적용된 세금을 납부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정부는 법인세로 역대 가장 많은 7조2000억원을 거뒀다.

우리 경제규모를 고려하면 법인세 과세는 지나치게 높다. 2018년 기준 OECD 회원국의 평균 GDP 대비 법인세수 비율은 3.0%에 그친다. 우리나라가 다른 선진국에 비해 법인세 부담이 1.5배 크다는 의미다.

자료가 존재하는 OECD 35개 회원국 중 7번째로 높다. 반면 독일은 2.1%, 미국은 1.1%에 불과하다. 특히 미국은 2014년까지만 해도 2.3%에 달했지만 빠른 속도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다.

다른 잣대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한국이 지난 한 해 동안 걷은 총조세 규모에서 법인세 세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22.3%에 달한다. OECD 평균이 12.9%인 점을 고려하면 2배가량 높은 수준이다. 다만 지난해를 정점으로 당분간 법인세 부담이 소폭 감소할 전망이다. 기재부는 올해 법인세수가 작년보다 무려 19%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6년 만에 첫 감소다. 지난해 반도체를 비롯한 우리나라 주력 업종이 불황을 겪은 탓이다. 내년에도 코로나19 영향이 반영돼 세수 여건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기업에 주는 세제 혜택을 줄이는 동시에 법인세율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운용 중이다.

지난해 법인세 감면액은 7조4000억원으로 총 국세 감면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14.7%에 그쳤다. 지난 2011년 법인세 감면액 비중이 31.1%에 달했던 것에 비하면 절반 수준으로 삭감됐다. 법인세율 최고세율은 27.5%로 인상했다. 이에 따라 매년 16%대에 머물렀던 법인세 실효세율은 지난해 처음 19%를 넘어섰다.

지나친 법인세 의존 구조를 개선하고, 기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법인세율을 합리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기용 인천대 교수는 “우리나라 법인세가 국제 추세를 역행하는 측면이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기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지금같이 경기가 어려울 때일수록 세율을 조정한다면 기업과 세수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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