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영어 가사에 디스코 풍 가미…트렌드 이끄는 ‘라디오 공략’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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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의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싱글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1위를 차지한 것은 미국 음악시장의 성격까지 정확히 파악한 결과다. 높은 완성도와 함께 전략의 성공이라는 말이다.

디지털로 움직이는 세상에서는 아무리 좋은 물건(콘텐츠)을 만들어도 거래유통 방식과 현지의 소비 트렌드를 잘 모르면 판매하기가 매우 힘들다. BTS가 이번에 이것까지 해결해 대중음악으로 명실공히 세계 정상에 올랐다는 얘기다.

물건을 내놓기만 하면 자연발생적으로 구매가 이뤄진 싸이의 ‘강남스타일’(‘핫 100’ 7주 연속 2위)의 경우도 드물게는 존재하지만, 점점 진화해가며 높은 완성도에 이르고 있는 음악에 유통 시스템을 돌파할만한 전략까지 갖춘다면 한층 더 지속력을 가질 수 있다.

물론 이를 위해 BTS가 기존 방탄소년단이 추구해온 K팝 스타일에서 약간 변화를 주기는 했다. 8월 21일 발매된 ‘Dynamite’는 처음으로 100% 영어 가사로 만들어졌고, 음악도 1970~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디스코 풍을 차용하는 등 팝스러운 느낌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니 ‘피 땀 눈물’ ‘DNA’ ‘페이크 러브’ ‘IDOL’ 등 방탄소년단의 전작들과의 분위기와는 달라졌다. 하지만 밝고 청량한 에너지와 긍정적인 메시지의 분위기속에서도, 사소한 동작으로도 매력을 뿜어내는 잔망미의 매력은 여전하다.

거의 한국어로만 노래를 불러왔던 BTS가 영어로 노래를 만들고, 작곡, 프로듀서도 멤버들이 직접 하지 않고, 영국의 데이비드 스튜어트에게 맡긴 것은 ‘핫100’에서 중요한 고려 대상인 라디오 방송 횟수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역할을 했다. 뮤지션 데이비드 스튜어트와 제시카 아곰바르가 작사·작곡에 참여하다 보니, 가사에 미 프로 농구 선수 ‘르브론’(LeBron)이라는 단어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 업적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핫 100’의 2위~10위에 오른 곡들이 어느 정도 쟁쟁한 가수들의 음악인지만 봐도 알 수 있다. 2위를 차지한 여성 래퍼 카디비(Cardi B)는 네 번의 빌보드 ‘핫 100’ 1위를 받은 거물이다. 3위에 오른 드레이크는 힙합신을 대표하는 래퍼다. 서병기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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