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 주요국 법인세 내리는데 한국은 역행”

[헤럴드경제 김현일 기자] 세계 주요 국가들이 최근 10년간 법인세율을 내린 반면 한국은 오히려 인상하면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내 순위도 23위에서 10위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OECD 37개국 중 21개국은 인하…과표구간도 단일화

2일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에 따르면 OECD 37개국 중 10년 전보다 법인세율이 오른 국가는 한국, 독일, 터키, 칠레 등 8개국에 불과했다.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 등 21개국은 2010년 대비 법인세율이 낮았다. 37개국 평균 법인세율도 2010년 25.4%에서 올해 23.5%까지 낮아졌고, G7 국가 평균도 33.1%에서 27.2%로 떨어졌다.

37개국 중 33개국이 법인세 과표구간을 단일화한 점이 주목할 만하다. 특히 미국은 2018년 과표구간을 8개에서 1개로 축소했다. 네덜란드와 프랑스는 2개다.

한경연은 과표구간을 단일화한 배경에 대해 “법인세 납부는 기업이 하지만 실질적인 조세부담은 소비자, 근로자, 주주에게 전가된다”며 “법인 규모가 해당 기업에 투자한 주주들의 소득상태를 반영하는 것은 아니어서 소득재분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과표구간 신설, 최고세율 3%p 인상

반면 한국과 포르투갈은 4개로 과표구간이 가장 많았다. 특히 한국은 2018년부터 과표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하면서 최고세율을 3%포인트 올려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는 모습을 보였다.

과표구간은 2012년 2단계에서 2013년 3단계로, 2018년 이후 4단계로 늘어났고, 최고세율은 24.2%에서 27.5%로 높아졌다.

OECD 37개국 중 한국의 법인세율은 상위 10위에 해당한다. 23위였던 10년 전보다 13계단 올랐다. 10년 전 2위였던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낮은 12위로, 일본이 1위에서 7위로, 영국이 14위에서 31위로 내려간 것과 대조된다.

작년 기준 우리나라 국세징수액 293조5000억원 중에서 법인세는 72조2000억원으로 소득세 다음으로 큰 비중인 24.6%를 차지했다.

매년 법인세 수입은 늘어나는 추세다. 한경연이 작년 국세통계를 분석한 결과 2018년 과세표준 5000억원을 초과하는 60여개 기업의 법인세 부담은 2017년 25조원에서 2018년 30조7000억원으로 5조7000억원 늘어났다.

법인세는 당기순이익에 세무조정을 거쳐 과세표준을 정하고, 여기에 세율을 곱해 나온 산출세액에 공제·감면을 반영해 총부담세액을 결정하는 구조다.

세부담 늘고, R&D 세액공제 등 혜택은 축소

한경연에 따르면 과표 5000억원을 초과하는 60여개사의 당기순이익은 2017년과 2018년 사이에 300억원 늘었지만, 과세표준은 각각 135조2000억원과 135조8000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도 세부담액이 5조7000억원 늘어난 것은 법인세율 인상과 각종 공제·감면 세액 축소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재작년 법인세율 인상과 함께 대기업의 연구개발(R&D) 세액공제율은 종전 1~3%에서 0~2%로 줄었고, 생산성 향상시설 및 안전시설 투자세액공제율도 3%에서 1%로 축소됐다.

정부는 올해 통합투자세액공제 등 세법개정으로 기업의 세부담이 5500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한경연은 세율 인상에 따른 세부담 증가를 고려하면 이는 10분의 1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한국의 투자 매력도를 제고해 외국인직접투자(FDI)를 유치하려면 OECD 평균보다 낮은 법인세율을 유지해야 한다"며 "글로벌 흐름에 맞게 세율 인하와 과표구간 축소 등 법인세율 개선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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