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빚 40년뒤에도 별문제 없다고?…확장재정 정당화 급급한 재정당국

[헤럴드경제=정경수 기자] 정부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재정전망을 내놓자 이를 두고 여러 비판이 제기된다. 성장률 추이·인구 감소 속도를 부풀려 계산한 반면 정부의 정책 효과는 비교적 크게 반영했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40년 뒤에도 다른 선진국들보다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기획재정부가 3일 국회에 제출한 2020~2060년 장기재정전망에 따르면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오는 2060년께 81.1%까지 오를 전망이다. 이는 인구 감소와 성장률 하락 속도가 현재와 같이 유지된다는 가정을 바탕에 둔 것으로 기재부가 산정한 최악의 시나리오다.

성장률 제고와 세입 확충을 강구한다면 국가채무비율은 40년 뒤 55.1%까지 오르는 데 그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43.5%보다 약 12%포인트 밖에 오르지 않는 셈이다. 이 밖에 출산율 제고와 세입 확충을 노력한다면 64.4% 정도까지 상승한다는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이러한 장밋빛 시나리오에는 여러 비현실적인 가정들이 깔려있었다. 현상 유지 시나리오에 따르면 국가채무비율은 2045년 99%에서 정점을 찍은 뒤 2060년 81%로 회복된다고 기재부는 봤다. 향후 기술발전, 산업 고부가가치화 등으로 생산성이 향상되면 채무 증가보다 성장률 제고 속도가 더 빠를 것이라고 전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고령화로 인해 복지 등 의무지출이 급증하고 있어 한번 증가한 국가채무를 낮추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나주범 기획재정부 재정혁신국장(오른쪽)과 김의택 재정효과분석팀장이 2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2020~2060 장기재정전망' 브리핑을 하고 있다. [기획재정부 제공]

게다가 기재부는 2030년까지 연평균 2.3% 실질 경제성장을 이어간다는 전제 아래 이런 전망을 내놓았지만 정부의 성장률·고용 전망은 최근 몇 년 사이 이미 예상보다 수차례 낮아지면서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이 밖에 인구 감소 속도도 최악을 가정한 경우는 배제됐다. 나주범 기재부 재정혁신국장은 "고령인구가 다시 생산생산연령인구로 포함돼 경제활동을 할 수 있고. 그 사이 출산율 인식에 변화가 생길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악의 변수까지도 고려해 안이한 재정건전성 인식에 경종을 울리기보단 "정부가 정책적 대응을 하면 국가채무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결론을 택했다. 성장률·출산율 제고를 강력히 추진하려면 재정 투입이 불가피하다는 사실은 고려되지 않았다.

진보 정치인이나 학자들의 재정 투입론은 더욱 힘을 받을 전망이다. 2018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108.9%다. 한국은 40년 뒤에도 최악의 경우 80%까지 밖에 오르지 않기 때문에 재정을 확장적으로 사용해도 괜찮다는 논리가 가능해진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교수는 "일각에선 2060년께 채무비율이 150%까지 오른다는 분석도 있다"며 "우리나라는 기축통화국이 아닌데다 외화 유출에 취약한 나라기 때문에 국가채무를 보수적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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