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법정으로 간 ‘삼성 주주 배임’…11년 전에는 “혐의 불성립”

이복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가 1일 오후 서울고검 기자실에서 삼성그룹 불법합병 및 회계부정 사건 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김진원 기자] 검찰이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하면서 업무상 배임 혐의를 적용해 변호인단이 반발하고 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주주들에게 손해를 입혔다는 내용인데, 2009년 대법원 판단과 어긋난다는 게 변호인 측 논리다.

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은 이 부회장 사건에서 분식회계 파트를 수사했던 김영철 부장검사를 특별공판 2팀장으로 하고, 기존 경제범죄형사부 수사 실무진을 포함하는 안을 검토 중이다. 수사를 총괄했던 이복현 부장검사는 대전지검 형사3부장, 합병 과정 수사 파트를 맡았던 최재훈 부부장검사는 원주지청 형사2부장검사로 검사로 발령났지만 재판이 열리는 날마다 직무 대리 형식으로 공판에 참여할 예정이다.

삼성 측은 영장심사 단계에서 김앤장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화우 등 대형 로펌 위주로 변호인단을 꾸렸다. 특히 공판 단계에서는 삼성물산을 자문해 온 법무법인 화우가 합병 과정 변호를 주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변호인단은 특히 검찰의 배임혐의 적용을 문제삼고 있다. 이 사건에 참여하고 있는 한 변호사는 “배임은 주주에 대해서는 성립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검찰이 삼성 승계과정에서 주주들에 대한 손해를 문제삼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저가발행’ 사건에서도 배임 성립 여부가 문제됐다. 이재용 부회장에게 현저하게 낮은 가격으로 주식을 배정하도록 한 것은 이사로서의 임무를 위배한 것이라는 논리였다.

하지만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2009년 판결에서 “주식회사의 이사는 회사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고 할 수 있지만, 회사와 별개인 주주들에 대한 관계에서 직접 그들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경영권의 이전은 지배주식을 확보하는 데 따르는 부수적인 효과에 불과한 것”이라고 판결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 과정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한 전직 대법관은 “배임죄 법리로 지배주주의 편법승계를 처벌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만 2009년 판결은 전환사채 발행이 주주배정 방식으로 이뤄진 것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이번 사건과 단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검찰은 이번 사건에서 “삼성물산 이사들은 회사와 주주들의 이익을 보호해야 할 업무상 임무가 있음에도, 합병 필요성, 합병비율·시점의 적절성, 합병 외 대안 등을 전혀 검토하지 않음으로써 이 부회장에게 삼성전자 지배력을 확보하게 하고 주주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고 공소장에 기재했다.

2009년 판례와 달리 업무상 배임이 성립한다고 하더라도, 이 부회장은 삼성전자 임원이기 때문에, 검찰은 삼성물산 주주들에 대한 배임죄 주체가 될 수 있는지도 정리해야 한다.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이 배임죄 주체가 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반면 검찰 관계자는 “삼성 미래전략실은 상법 등에 따라 (삼성물산에 대한) 실질적 지배력을 갖는다”며 “(업무상 배임이 성립이 가능한) 신분을 갖는 자는 삼성물산 이사이고, 이 부회장은 지시, 공모 형태로 가담한 ‘공모 공동정범’ 형태”라고 설명했다.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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