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옮길까 걱정돼요”…사상 초유 ‘언택트 추석’ 되나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해 출입이 통제된 자양동 혜민병원 선별진료소에 병원 관계자들이 검사를 받고 있다. [연합]

추석 연휴가 한 달도 채 안 남은 가운데, 시민들 사이에서는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때문에 ‘비대면 주문 차례상’, ‘벌초 대행’ 등 ‘언택트 추석’의 움직임도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동 증가는 곧 확산 가능성 증가”라며 이동 제한의 필요성을 주문했다.

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따르면 지난달 17~18일 올라온 ‘추석 명절 기간 록다운과 장거리 이동제한 조처가 필요합니다’, ‘전국민 이동 벌초 및 추석명절모임을 금지해주세요’ 등 추석 기간 이동제한을 요청하는 청원의 동의는 이날 오전 10시 기준 각각 3만9000명, 2만5000명을 돌파하면서 도합 7만명에 육박했다.

청원인들은 ‘현재 코로나가 제2차 대유행을 하고 있는 시점에서, 그 감염이 추석 명절 시즌을 통해 전국적으로 각 가정에 지역 감염으로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될 우려가 어느 때보다 높다’, ‘코로나가 잠잠하고 지역 감염이 적은 상황이라면 조심스레 명절을 나도 되겠지만, 지금 통제 불능으로 지역 감염, 깜깜이 확진자까지 광범위하게 퍼지고 있고 이 상황에 벌초와 추석은 불에 기름을 들이붓는 격’ 등의 청원 취지를 이야기하며 추석 명절 기간 지역 이동 제한을 주문했다.

시민들 역시 다가올 민족 대이동에 대해 감염 확산 우려를 표했다. 특히 젊은 층의 경우,자신이 ‘무증상 전파자’가 되어 집안 어른들에게 감염 위험이 생길 것을 특히 걱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강원 춘천이 고향인 대학생 임모(26)씨는 “혹시나 명절에 본가 어르신들을 뵙고 인사드리는 와중에 전염의 주체가 될까 두렵다”며 “특히 수도권에서 그나마 청정 지역이라는 강원도 쪽으로 가는 거라 더 걱정된다”고 말했다. 부산이 고향이지만 서울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박모(40)씨도 “명절에 그래도 부산 집은 가야 하는데, 내가 이동하다가 집에 옮길까 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다.

배우자의 집까지 양가 모두에 인사를 드려야 하는 신혼부부들도 불안함을 호소했다. 지난 8월 결혼한 직장인 김모(31)씨는 “결혼 후 처음으로 처가에 인사를 드리러 가는 자리니 어쩔 수 없이 가긴 가야 하는데, 많은 사람들이 움직일 거고 특히 어르신들을 뵈러 가는 거니 감염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역시 지난해 3월 결혼한 회사원 김모(31)씨도 “아내랑 고향인 대구에 갔다가 처가인 경북 김천에 인사드리러 갈 것”이라며 “코로나가 무섭긴 한데, 나라에서 공식적으로 가지 말라고 하면 안 가겠지만 현재로선 자식 된 도리로 안 내려갈 명분은 없다”고 말했다.

지방에 거주하는 시민들 역시 수도권에서 찾아올 사람들에 대한 불안을 토로했다. 대학원생 이모(26)씨는 “지난달 31일부터 서울에서 내려와 충북 청주에서 지내고 있다”며 “어머니가 어린이집에서 일하셔서 가족들 모두 외출도 자제하고 조심하는 중인데, 추석 명절에 사람들 움직이는 건 우리가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걱정이 많다”고 말했다.

부산에 사는 서모(64)씨도 “오다가다 (코로나19)옮겠다”며 “이럴 바엔 차라리 마음 편히 고향에 올 수 있게 추석은 가족 없이 지내고 추석 연휴를 10월 말로 미루는 게 낫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이러한 불안감에 시민들 사이에선 이른바 ‘언택트 추석’에 대한 움직임도 감지된다. 서울에 사는 직장인 강모(29)씨는 “물론 고향에 내려가고 싶지만 한편으론 회사 사람들이 내가 코로나에 걸려 와서 피해를 보지 않을까 그런 불안도 있어 내려가기가 조심스럽다”며 “이번 차례도 직접 장을 보는 게 아니라 완성된 걸 비대면으로 주문해서 지낼 생각”이라고 말했다.

지난 2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엔 ‘일년에 일가친척이 가장 많이 모이는 게 추석 전 벌초 행사다. 코로나 때문에 모이는 게 많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어르신들은 안 빠지고 다 참석을 하실 것 같아서 벌초 대행을 알아보고 있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실제로 롯데홈쇼핑이 최근 우수 고객 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추석 계획 설문조사’에 따르면 ‘집에서 휴식을 취한다’는 답변이 47%로 나타났다. 이 중 코로나19 여파로 오프라인 매장이 아닌 홈쇼핑(58.7%)이나 온라인 쇼핑몰(42.9%)을 이용하겠다는 답변도 많았다.

전문가들 역시 민족 대이동으로 인한 감염 확산 우려로 이동 제한을 제언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시골 농촌은 다 고령자로, 도시의 젊은 사람들이 추석 때 찾아뵙게 된다. 젊은 사람은 감염돼도 증상도 약하고 무증상 전파도 가능해 오히려 농촌에 가서 어르신들에게 퍼트려서 전염시켜서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천은미 이화여대 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도 “지금도 바이러스 확산이 전국적으로 많이 되고 있고 수도권에도 굉장히 많은 상황에서 이동을 하게 되면 확산이 될 수밖에 없다”며 “잠복기 등을 고려해 추석 2주 전엔 정부가 이동 제한에 대한 고민을 끝내고 결정을 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상현·주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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