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력 감소→부품사 붕괴…車업계 ‘연쇄파업’ 경고등 켜졌다

지난해 3월 인천시 부평구 한국지엠 본사 본관 앞에서 단체협약 개정안 등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있는 한국지엠 노조 모습(위쪽)과 지난해 3월 노조의 부분파업으로 가동을 멈춘 르노삼성차 부산공장 모습. [연합]

완성차 업계 노사의 임금 및 단체협상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으로 불확실성이 고조된 가운데 자동차 노조의 강경 투쟁은 산업의 생산력 하락은 물론 생사의 갈림길에 선 부품업계에 적잖은 타격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코로나19로 취약해진 지역경제의 근간을 뒤흔들 수 있는 메가톤급 악재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2일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에서 80%의 찬성률을 얻어 사실상 파업 수순에 돌입했다.

노조는 사측과 추가 교섭을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중노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본격적인 파업에 들어가게 된다.

노사 간 접점 찾기는 요원하다. 노조는 8일 중앙쟁의대책위원회 출정식을 예고했다. 여기에 창원물류센터 비정규 노동자들이 금속노조에 가입하며 불씨를 키웠다.

설상가상으로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1700명대 협력업체 노동자를 불법 파견 형태로 사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대규모 변호인단을 꾸려 법적 대응을 준비하면서 잡음은 불가피하다. 임단협이 또다시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르노삼성차에도 전운이 감돌고 있다. 노조가 임단협 결렬 선언과 파업카드를 검토하며 사측을 압박하고 있어서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 2일 실무교섭 이후 임단협 결렬 여부를 논의 중이다. 오는 9~10일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가입과 파업 찬반 여부를 묻는 투표를 진행한다.

그간 노조원들의 파업 참여율은 낮았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수출 물량이 급감한 데다 수입 모델이 늘면서 고용 불안감이 커졌다는 이유다.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가입까지 현실화하면 공장 가동률은 현재보다 더 급감할 것으로 예상된다.

순탄할 것으로 예상됐던 현대차에도 이상기류가 감지된다. 추석 전 임단협 타결을 목표로 진행 중인 교섭이 지지부진한 탓이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이 시간끌기식으로 교섭을 지연한다면 투쟁 국면으로 전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금과 성과급을 비롯해 별도요구안을 하나라도 양보하지 않겠다는 입장도 고수했다.

기아차 노사는 임단협 과정에서 통상임금 1차 개별소송 판결급 지급과 관련한 의견 대립을 거듭하고 있다. 사측이 통상임금 패소로 3000명에게 추가로 지급할 임금 규모는 약 500억원에 달한다.

완성차 업계가 정체기에 접어들면서 파업이 가져올 파급효과는 클 전망이다. 실제 현대·기아·한국지엠·르노삼성·쌍용차 등 5개 완성차 업체의 8월 국내외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 감소한 58만885대였다. 특히 지난 3월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유지했던 내수 판매는 처음으로 역성장했다.

지역경제를 지탱하는 부품협력사의 위기감도 크다. 한국자동차연구원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로 국내 자동차 부품업체 100곳 중 73곳이 상반기 직원을 줄였고, 절반이 넘는 55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이항구 한국자동차연구원 연구위원은 “완성차 노사관계 악화와 파업에 따른 생산력 감소는 부품업체의 자금난을 가중하는 요인”이라며 “중소 협력업체의 도산이 확산할 경우 부품 공급망의 균열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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