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초등 6학년이 배우는 정치의 정의

“사람들 사이에 생기는 다툼을 해결해 주는 활동.”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에 나오는 정치의 정의다. 개인과 개인, 집단과 집단, 나라와 나라 사이의 갈등을 풀고, 서로에게 최선이 될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정치라는 말이다.

최근 대통령의 추천으로 유명해진 책이 ‘리더라면 정조처럼’이다. 정조는 탕평책으로 유명한 조선 임금이다. 정조가 조선왕조가 사라지고 수백년이 지난 지금 읽히는 이유 중 하나도 당파에 치우치지 않은 인사, 그리고 국가 경영을 상징하는 탕평책 때문이다. 한 마디로 정치를 잘했다.

요즘 우리나라의 최대 정치 쟁점 중 하나는 의사들의 진료거부 사태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는 정부와, 정부의 일방통행에 반발한 의사들의 갈등이 진료거부로 표면화된 것이다. 그 가운데서 정치인들이 나서 이런저런 해결책을 모색했고, ‘원점 재검토와 진료거부 철회’라는 갈등의 출구도 얼추 그림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정치인들이 정치를 하는데 나름 성공한 것이다.

그런데 어제 의사와 간호사 편 가르기라는 돌발 악재가 나타났다. 해결의 기미를 보이던 갈등을 심화시킨 것이다. 의사들은 물론, 칭찬받은 간호사들까지 현장의 현실을 제대로 알고 말하라며 반발했다. 심지어 대통령의 글에 소개된 한 가수의 팬클럽까지 적절한 예가 아니라며 들고 일어났다. 대통령이 정조에 관한 책을 추천한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스스로 언행으로 ‘정조의 정치’와 반대되는 결과를 빚었다. 의도가 어떻든 ‘편 가르기’ 논란을 자초한 결과는 초등 6학년도 알만한 ‘정치의 정의’에도 맞지 않는다.

‘편 가르기’는 교과서에서 정의한 정치가 지양해야 할 일이다. 하지만 권력 쟁취가 먹고사는데 가장 중요한 일인 정치인에게 편 가르기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것도 사실이다. 능력이 부족해서이건, 고집스러운 신념과 독선 때문이건, 모두를 만족시키지 못할 바에는 확실한 내 편을 강하게 결집시키는 게 권력 쟁취, 즉 선거 승리에 현실적으로 큰 도움이 된다는 소위 정치공학이다. 대통령과 현 집권 세력은 이 정치공학으로 정권도 잡고 또 선거도 이긴 경험이 있다.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대통령에게 거는 국민의 기대는 현실 정치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 특정 집단, 정파의 대표가 아닌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탕평’의 대통령이다. 그래서 과거 우파 성향 대통령도 선거 때는 중도를 향해 공약을 움직였고, 또 현 대통령도 좌에서 오른쪽으로 몇 발 움직였다. 2년여 앞으로 다가온 다음 대선 역시 포용이나 중도 같은 단어가 난무할 것이 뻔하다.

정치를 지배계급에 대한 피지배계급의 저항과 조직적인 노력이라는 갈등에 방점을 찍은 마르크스식 해석으로만 보지 않는다면, 초등학교 6학년 사회책의 정치 정의는 앞으로 정권을 꿈꾸는 정치인뿐 아니라, 임기 후반 마무리가 필요한 현 대통령에게도 의미있는 내용일 것이다. 나서서 갈등을 해소하지 못할망정, 갈등을 악화시키는 언행은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게 초등학교 6학년 사회책이 말하는 정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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