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카슈끄지 살해 일당 형량 대폭 감형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은 7일(현지시간)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사진)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일당 5명을 징역 20년형으로 낮췄다. [AP]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사우디아라비아 법원이 언론인 자말 카슈끄지를 살해한 혐의로 1심에서 사형을 선고 받은 일당 5명을 징역 20년형으로 낮춰 논란이 되고 있다.

7일(현지시간) AFP통신과 현지 언론 등에 따르면 사우디 법원은 최종 판결에서 카슈끄지의 유족이 종교적 관용을 이유로 피고인들을 용서했다며 형량을 대폭 낮췄다.

살해 공모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나란히 징역 24년을 선고 받은 일당 중 1명은 징역 10년으로, 다른 2명은 7년으로 각각 줄었다. 이들 8명의 신원은 모두 공개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사우디 법적으로는 종결됐다.

하지만 논란은 오히려 커졌다. 카슈끄지와 약혼한 터키인 하티제 젠기즈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날 판결은 정의를 완전히 조롱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스위스 제네바에 기반을 둔 중동·북아프리카(MENA) 인권 그룹의 이네스 오스만 국장은 “처음부터 책임자를 기소할 의도가 전혀 없었고 은폐 시도를 반복했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건을 조사해온 아녜스 칼라마르 유엔 초법적 사형에 관한 특별보고관 역시 “이번 판결은 법적·도덕적으로 정당하지 않다”며 “사우디 법원은 결국 공정하지도 투명하지도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 사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가 “의미있는 정밀 조사”로부터 보호받고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칼라마르 특별보고관은 지난해 6월 보고서를 통해 카슈끄지가 의도적, 계획적으로 처형된 것이라며 국제사회의 진상 조사를 촉구했다. 특히 무함마드 왕세자를 직접 언급하며 사우디 고위층이 연계된 ‘확실한 증거’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우디 왕실은 카슈끄지 살해는 ‘협상팀’ 현장 요원들의 즉흥적인 결정에 따른 것이라며 무함마드 왕세자는 물론 왕실과 연관성을 부인하고 있다. 사우디 1심 법원은 사우디 정보기관의 2인자였던 아흐마드 알아시리를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석방했다. 무함마드 왕세자의 최측근인 사우드 알카흐타니는 아예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그런가하면 사우디 왕실에 비판적인 카슈끄지의 칼럼을 게재해온 미국 워싱턴포스트(WP)는 아버지 살해 일당을 용서했다는 카슈끄지의 아들들이 당국으로부터 수백만 달러 상당의 주택을 제공받고 매달 수천 달러를 받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슬람법에 따르면 유족의 용서가 있을 경우 사형을 면할 수 있다고 알자지라통신은 설명했다.

카슈끄지는 지난 2018년 10월 젠기즈와 결혼을 하기 위해 서류를 받으로 터키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을 찾았다 사우디에서 온 15명의 요원들에 의해 잔혹하게 살해됐다. 아직 시신을 찾지 못했다.

터키는 사우디와 별개로 지난 3월부터 피고인 20명에 대해 궐석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

사우디는 11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으로, 카슈끄지 피살 의혹을 놓고 정상 간 갈등이 표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kw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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