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감소폭 작년의 5배…직원 내보내고 버티다 ‘두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재확산 여파로 서울 시내 주요 대학들이 대부분 비대면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인근 일대 상점들이 비어있다. [연합]

명동에서 수년 간 닭갈비집을 운영해 왔던 남희순(47)씨는 최근 가게를 정리했다. 1000만원 이상인 임대료에 인건비, 전기세 등 고정비 등으로 매달 2000만원 가량 보는 적자를 더이상 감당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사실 남씨의 가게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중국 유명 사이트에 맛집으로 이름을 올려 관광 명소로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된 이후 주말에도 5팀이 올까말까 할 정도로 손님이 확 줄었다. 남씨는 ‘언젠간 회복이 되겠지’라는 기대로 정부 지원 대출에 금융권 대출까지 받으며 하루하루 견뎌왔지만, 이제는 ‘임계치’를 넘었다는 생각이다.

한 때 홀에만 3~4명 가량 있던 서빙 직원도 두 달 전부터는 모두 다 내보냈다. 남씨 혼자 홀을 전담하다보니 빚 뿐만 아니라 체력적으로도 한계에 부딪친 상황이다. 남씨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발길이 끊긴데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되며 그나마 주말에 자리를 채우던 내국인 고객까지 사라졌다”며 “더이상 적자를 감당하기 어려워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9월에 명동을 떠난 것”이라고 말했다.

대한민국 자영업자들이 코로나19라는 예상치 못한 복병을 만나 고전하면서 사업을 접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매출이 급감하면서 임대료나 전기·수돗세 등 고정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등 어려움이 커지자 자영업자 감소폭이 지난해의 5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8일 중소기업연구원과 통계청 등에 따르면, 올해 7월 국내 자영업자 수는 총 554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12만7000명 줄어든 수준이다. 감소분만 따지면 전년(2만6000명)에 비해 4.9배 확대된 셈이다.

특히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컸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는 총 134만5000명으로, 17만5000명 감소했다. 전체 1인 사업자를 포함한 전체 자영업자 감소분보다 4만8000명이나 많다. 지난해 감소분(13만9000명)과 비교할 때도 3만명 이상 많은 수준이다. 같은 기간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420만3000명)는 4만8000명 증가에 그쳤다.

보통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는 원래 있던 직원을 내보내 직원이 없어졌거나 회사를 그만두고 창업 전선에 뛰어든 창업 초기 자영업자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증가폭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폭보다 적다는 것은 그만큼 창업자는 적고, 직원을 내보내거나 폐업을 결정한 사업자는 많았다는 뜻이다. 지난해의 경우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의 감소분(13만9000명)이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의 증가분(11만3000명)과 비슷해 전체 자영업자 감소분은 2만6000명에 그쳤다.

이처럼 자영업자들이 직원을 내보내거나 폐업을 결정하는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8개월 째 장기화하는데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 등으로 당분간 매출 회복이 어렵다고 보기 때문이다. 매출은 평소의 10~20% 수준 밖에 되지 않은 상황에서 임대료에 전기·수도세 등 고정비는 매월 나가다보니 날이 갈수록 빚만 늘고 있다. 특히 직원을 고용한 자영업자들은 최저임금의 인상으로 갈수록 인건비 부담이 커지다 보니 1인 사업자보다 더 타격이 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정부가 지난 6일까지였던 수도권의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오는 13일까지 1주일 더 연장했다. 또 전국에 시행 중인 거리 두기 2단계는 2주 연장한 오는 20일까지 유지하기로 해 향후 자영업자에 미칠 영향은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는 더욱 강화돼 매출 회복 시기를 더욱 예상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따라 정부의 신속한 지원이 없이는 자영업자들이 모두 ‘고사(枯死)’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이다.

노민선 중소기업연구원 미래전략연구단장은 “겨우겨우 버티고 있는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지원하려면 경영 안정 측면과 소비 진작 측면 두가지를 함께 고려한 정책이 필요하며, 무엇보다 신속성이 중요할 것”이라며 “요건을 까다롭게 하거나 허들을 만들면 진짜 필요한 사람에게 필요한 시기에 돈이 제대로 가지 못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노 단장은 이어 “미국은 3월부터 경제피해재난대출(EIDL) 대상에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을 포함했다”며 “우리도 지금은 재난재해에 상응하는 형태로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외식업중앙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대다수 영세 외식업소는 매출이 80%이상 줄어 매출 악화를 넘어 폐업 직전에 내몰리고 있다”며 “외식업을 피해업종에 포함시켜 외식업소의 피해 보전대책을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소연·이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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