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궁의 원조 숙빈최씨, 해맑은 ‘동이’인가, 욕망의 무수리인가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조선 숙종 때의 숙빈 최씨는 ‘해맑은 동이’인가, 순정파 장희빈을 음해한 욕망덩어리 무수리인가 하는 논란의 잔상은, 멀리는 영·정조대를 포함한 18세기 이후 노론 독재와 부패, 조선의 몰락이 거론될 때, 가까이는 경복궁 바로 옆 문화재 ‘칠궁’에 대한 크고 작은 소식이 들릴 때마다 다시 뇌리에 스친다.

숙빈 최씨에 대한 두 가지 해석. 드라마 ‘동이’는 선한 묘사,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부정적 묘사를 했다.

알다시피 영조의 친모 숙빈 최씨는 노론 쪽 인현왕후 민씨와 남인 쪽의 호감을 얻었던 희빈 장씨 간 권력투쟁 와중에, 어느날 밤 숙종의 눈에 띄어 승은을 입은 무수리 출신 후궁이다. 그는 장희빈의 없는 악행, 있는 구설을 낱낱이 과장 고변해 장씨를 죽음으로 몰고, 인현왕후 노론세력의 완승을 가져다준 핵심인물 중 하나이다.

그녀의 말을 전적으로 믿은 숙종의 태도로 미뤄, 평민 출신 ‘동이’의 해맑은 순수함에 이끌려 숙종이 깊은 사랑에 빠졌다는 설도 있지만, 후대왕 경종이 될 세자의 친모 장희빈이 사약을 받고 죽은 이후 뒤늦은 후회를 하던 숙종이 숙빈 최씨를 궁궐에서 내쳤다는 점을 들어 노론 측의 1회용 모사꾼으로 토사구팽당했다가 친아들 영조가 임금으로 발탁되면서 부활했다는 설도 있다.

문제는 영조 이후 조선의 마지막 왕 순종까지 모든 왕실 후사의 직계 어머니가 숙빈 최씨라는 점이다. 200년 역사책은 장희빈의 악행과 완패를 공고히 하고, 숙빈 최씨의 명예를 지키는 쪽일 수밖에 없다.

칠궁은 일곱 후궁을 위한 궁이라는 뜻인데, 사실 숙빈 최씨의 친아들인 영조가 최씨의 묘만 ‘궁’으로 격상시켰다가, 최씨의 후손인 고종이 숙빈 최씨만 모시기 뭣하니까 다른 후궁들까지 한데 모았다.

조선의 일곱 후궁 모신 칠궁(七宮) 7명을 모셨지만, 사당 건물은 저경궁,대빈궁,선희궁,경우궁,덕안궁, 다섯이다.

지금 칠궁에는 ▷숙빈 최씨의 육상궁 외에도 ▷영조의 후궁이자 추존왕 진종의 어머니인 정빈 이씨를 모신 연호궁 ▷선조의 후궁이자 추존왕 원종의 어머니인 인빈 김씨를 모신 저경궁 ▷숙종의 후궁이자 경종의 어머니인 희빈 장씨를 모신 대빈궁 ▷영조의 후궁이자 추존왕 장조(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영빈 이씨를 모신 선희궁 ▷정조의 후궁이자 순조의 어머니인 수빈 박씨를 모신 경우궁 ▷고종의 후궁이자 영친왕의 어머니인 순헌귀비 엄씨를 모신 덕안궁이 있다. 선희궁과 경우궁, 육상궁과 연호궁의 신주는 같이 모셔져 있어 신주는 일곱이지만 사당 건물은 모두 다섯이다.

후궁들은 도화서의 공식 초상화도 그려주지 않고, 종묘에도 들어가지 못하기 때문에 경복궁 바로 옆 칠궁을 통해 그들을 기리고 있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경복궁관리소(소장 박관수)는 칠궁 특별답사 프로그램인 ‘표석을 따라 듣는 칠궁이야기’를 온라인 교육 영상으로 제작해 오는 9일부터 공개한다. 경복궁관리소는 칠궁을 2018년 6월부터 시범 개방한 이후 2019년 1월부터는 휴궁일(일월요일)을 제외하고 안내해설사를 동반한 시간제 제한관람으로 운영하였으나,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안내해설이 중단된 상태다. 2019년 11월에는 전문해설사의 안내로 도보답사와 함께 칠궁의 역사와 해당 인물에 대한 특별 해설을 들을 수 있는 이 칠궁이야기 프로그램을 개설한 바 있었다.

역사저널 ‘오늘’을 처음 만들었을 때의 멤버 신병주 교수(건국대)의 풍성한 설명으로 칠궁과 관련된 역사와 인물에 대한 해설을 들려준다.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 누리집과 경복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문화재청과 한국문화재대단의 유튜브 등을 통해 9일부터 시청할 수 있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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