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손해 안 해도 손해”…‘사면초가’ 공연계

뮤지컬 '캣츠' [에스앤코 제공]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사면초가’다. 광복절을 기점으로 재확산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 여파로 공연계의 시름이 깊다. 공연계에선 “최악의 보릿고개를 지난 줄 알았는데 진짜 보릿고개는 이제부터”라며 한숨을 쉰다. 공연 취소와 연기를 반복해 피해는 커지고 있는데, 생계를 위해 공연을 올리면 ‘이 와중에 공연한다’는 눈초리에 내상까지 입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통합전산망에 따르면 8월 공연 매출은 158억3825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약 268억9468만원)보다 42% 가량 감소한 수치다. 8월 중순 이후 코로나19로 대다수의 공연이 취소, 연기, 조기 종연되며 나타난 결과다. 8월 1~16일까지의 매출은 130억원을 기록했으나 17일 이후 공연 매출은 무섭게 줄었다.

무엇보다 ‘솟아날 구멍’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다. 공연을 올린다고 매출로 이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간 국공립공연장에만 적용됐던 ‘거리두기 좌석제’가 정부의 방역 강화 조치로 민간 공연장에도 확대됐기 때문이다.

대형 공연 제작사 관계자들은 “객석마다 티켓 가격이 달라 거리두기 좌석제 운영은 현실적으로 무리”라며 “한 칸씩 띄어앉기로 객석을 운영하면 공연을 하는 것 자체가 손해”라고 입을 모은다. 대극장 뮤지컬을 기준으로 제작사들이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잡고 있는 평균 객석 점유율은 70%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정부와 공연계 관계자들도 ‘거리두기 좌석제’를 두고 논의를 거듭했다. 일괄적 띄어앉기가 아닌 전체 객석의 50%만 수용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현재 모든 공연은 ‘한 칸씩 띄어앉기’를 의무화하고 있다. 한 공연계 관계자는 “한 좌석씩 띄어앉는 것은 공연을 하지 말라는 것과 같다”고 토로했다.

뮤지컬 '캣츠' [에스앤코 제공]

대형 공연일수록 손해가 더 크다. 지혜원 경희대 경영대학원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는 “대극장 공연의 경우 이미 들어가야 하는 인력을 줄일 수가 없으니 한 칸씩 띄어앉기로 좌석을 운영할 겨우 제작비 대비 매출이 발생하지 않아 손해일 수밖에 없다”라며 “결국 공연을 지속하느냐 마느냐를 고민하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부산, 서울에 이어 대구로 옮겨 공연 중인 ‘오페라의 유령’ 월드투어는 한 칸씩 띄어앉기로 인한 손해를 감당할 수 없어 조기 종연했다.

‘거리두기 좌석제’ 도입으로 인한 예매 취소와 재예매로 관객들의 스트레스와 불만도 높아지고 있다. 이에 ‘전대미문의 예매제’도 도입됐다. 40주년 기념 내한공연을 갖는 뮤지컬 ‘캣츠’(9일 개막·샤롯데씨어터)는 한 칸씩 띄어앉는 ‘거리두기 좌석제’의 원칙을 지키되, 공연 당일 현장에서 좌석을 결정해 관객에게 티켓을 제공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홀딩석’과 ‘예매 가능석’을 지정해 예매를 한 뒤 공연 당일 같은 열 내에서 한 칸씩 띄어앉도록 좌석을 배치한다. 제작사 에스앤코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거리두기 상황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기 위해 전 직원이 머리를 짜냈다”며 “관객들의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도입했다. 공연날 불편 없이 관람할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해를 감수하고 공연을 이어가지만, 공연 종사자들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것은 시선이다. 공연계 안팎의 온도차가 너무나 크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이 와중에 무슨 공연이냐”는 불편한 시선이 먼저 나온다. 공연 역시 누군가의 생활이고, 생업이라는 인식이 덜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연업 역시 연간 5200억 이상(2019년 티켓 판매금액 기준·인터파크 집계)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산업이다. 뮤지컬의 경우 공연 분야 종사자의 80%의 생계를 해결하는 공연계 전체를 떠받치고 있는 만큼 산업의 붕괴를 막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한 공연 제작사 관계자는 “하나의 작품에 수많은 사람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데, 공연업이 누군가의 생계라는 인식은 부족한 것 같다”며 “공연업 종사자 역시 사회 구성원이고, 생업이라고 바라봐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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