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내부 “EU 협정 무시는 국제법 위반·법치 훼손” 목소리 확산

영국 정부가 북아일랜드 관세 문제를 포함한 유럽연합(EU) 탈퇴협정의 일부 내용을 수정 혹은 삭제하는 법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영국 정부와 의회의 반대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영국은 영국 본토에서 북아일랜드로 넘어가는 상품, 농식품, 동물 등의 통관·검역과 관련한 내용, 영국 기업에 관한 국가보조금 관련 내용을 무력화하는 내용 등이 담은 내부시장법안을 9일(현지시간) 공개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보수당 고위 인사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보리스 존슨 총리가 법적 구속력을 가진 조약을 무시함으로써 노골적으로 국제법을 위반하고 법치주의를 무너뜨리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내부시장법안 공개 전날인 8일에는 탈퇴협정 수정에 대한 항의로 영국 법무상 휘하 최고관료인 조더선 존스 사무차관이 돌연 사임했다. 존스 차관의 구체적인 사임 이유는 공개되지 않았으나, 외신들은 그가 북아일랜드를 사실상 EU 관세동맹에 잔류시킨다는 EU와의 협정 내용을 뒤집으려는 정부의 계획을 줄곧 반대해왔다고 전했다.

심지어 정부가 내부시장법을 통한 탈퇴협정 일부 무효화가 국제법 위반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 고위 관료의 추가 사임이 잇따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날 브렌던 루이스 영국 북아일랜드 담당 장관은 “(EU 탈퇴협정 합의를 뒤집는 것이) 아주 구제적이고 제한된 방식이지만 국제법을 어기는 것”이라면서도 “상황이 바뀌면 의무를 재검토해야 하는 우선 순위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영국의 가디언은 로버트 버클랜드 법무장관과 슐라 브레이버만 법무상(정부 및 왕실 법률자문)을 언급하며 “두 인사 모두 법치주의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한 만큼 거취에 대한 의문이 증폭되고 있다”고 전했다.

보수당 유력 인사를 비롯해 의회에서도 정부의 일방적인 탈퇴협정 수정을 둘러싼 항의가 빗발치고 있다. 존슨 총리 이전에 브렉시트 정국을 지휘했던 테리사 메이 전 총리는 이날 하원 토론에서 “영국이 법적 의무가 있는 합의를 준수할 것이란 신뢰를 향후 미래 국제사회 파트너들에게 어떻게 확신시킬 수 있겠는가”라고 일침을 놓았다.

톰 투겐다트 영국 하원 외교위원장은 “영국 경제 전체는 이 나라가 법치를 고수하고 있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밥 닐 사법특위 위원장도 “체결한 협약에 따른 국제적 의무에 대한 위반이나 잠재적 위반은 어떠한 방식으로든 용납될 수 없다”면서 “법치주의 고수는 협상 대상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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