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정 민법에 자녀 징계권 조항 삭제 대신 ‘필요한 훈육’ 규정 신설, 부적절”

국가인권위원회. [연합]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9일 국회와 법무부 장관에게 자녀의 징계권을 규정한 민법 조항을 삭제하고,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할 것을 촉구했다. 현행 민법 제915조는 친권자가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인권위는 국회에 발의된 민법 개정 법률안에 징계권이 규정된 해당 조항이 삭제된 대신 ‘필요한 훈육’ 규정이 포함된 것과 관련해서는 “필요한 훈육 규정조차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이날 의견서를 통해 “민법상 징계권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가해자인 친권자에 의한 학대를 정당화하는 항변 사유나 판례상 아동학대 범죄 행위의 위법성 조각 사유와 고의 부정 등 사유로 적시되고 있다”며 “법체계 측면에서 민법 제915조를 삭제할 경우, 친권자의 자녀에 대한 체벌을 금지하는 아동복지법,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등 관계 법령과 충돌 문제를 해결하고 법률 간 해석의 혼란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아동에 대한 체벌 금지를 명확히 하고 나아가 아동학대 금지에 관한 사회적 인식 개선을 위해 민법에 자녀에 대한 모든 형태의 체벌을 금지하는 조항을 명문으로 규정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민법 제915조에 규정된 징계권 삭제를 주요 내용으로 하는 민법 개정안은 이미 발의돼 있는 상태다. 법무부 역시 민법 제915조 삭제를 주요 골자로 하는 법률안을 마련했다. 다만 일부 법률안은 징계권 규정을 삭제하는 대신 ‘필요한 훈육’ 관련 규정을 신설하거나 체벌 금지를 명시적으로 규정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다. 인권위는 ‘필요한 훈육’ 규정이 적절치 않다고 봤다.

인권위는 “민법 제915조의 ‘필요한 징계’를 삭제한다고 해서 ‘필요한 훈육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문구를 민법에 포함시키지는 않아야 한다”며 “긍정적 훈육은 반드시 법률로 규정해야 그 효력이 발생하는 권리이기 이전에, 친권자로서 당연히 행사하거나 부담하는 권리이자 의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법 제913조에서 친권자는 자(子)를 보호하고 교양할 권리가 있음을 이미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별도로 ‘필요한 훈육’이라는 문구를 사용하지 않더라도 사회 통념상 허용 가능한 수준의 친권 행사에는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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