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하는 K-바이오, 길을 묻다- ④ 바이오 산업에도‘초격차’가 있다“로슈의 ‘실패를 축하하는 문화’…혁신 지속의 용기·끈기 생겨나”

벤처 세계에서는 ‘실패를 통해 얻는 경험이 크다’는 말이 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하지만 실제 산업 현장에서 ‘실패’는 큰 오점으로 남기 마련이다. 더구나 수 백 억원의 돈이 들어가는 신약개발 과정이 실패로 끝나면 기업이 입는 손해는 물론이고 이를 담당했던 직원이 위축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글로벌 제약바이오 기업 로슈에는 오히려 실패를 축하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실패를 축하하는, 어쩌면 상식을 뒤집는 문화가 어떻게 자리잡게 됐는지 임윤희 한국 로슈 임상총괄 전무(사진)에게 그 이유를 들어봤다.

-로슈는 신약 개발에 있어서 어떤 점을 가장 큰 가치(우선순위)로 여기나?

▶ “로슈라는 기업이 존재하는 목적은 ‘환자들의 더 나은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다. 그래서 항상 ‘충족되지 않은 환자들의 의학적 니즈(요구)’가 로슈 연구 개발의 출발점이 된다. 단순히 이윤 극대화를 위한 제네릭 개발이나 사업 다각화보다는 혁신 신약(first-in-class)의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환자 개개인은 물론 사회에 큰 경제적 부담이 되면서 치료가 어려운 암이나 다발성 경화증, 시신경척수염 등 희귀질환 분야의 혁신 신약 개발에 오랜 시간 지속적으로 투자해 오고 있다.”

-로슈는 매년 그룹 전체 매출의 20%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적극적으로 R&D에 투자할 수 있는 배경은?

▶ “로슈는 기업의 단기적 이윤과 무관한 환자 중심의 중장기적 투자를 지속하기 위해 그룹 내에서 R&D 조직을 독립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전세계 29개 R&D 센터 연구자들은 환자 중심의 혁신적인 임상을 설계하고 창의적으로 협업해 나가는 데 오롯이 집중할 수 있는 독립적인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로슈는 향후에도 R&D에 지속적으로 추가 투자하며 혁신 신약 개발의 속도를 가속화할 예정이다.”

-로슈에서는 신약개발 과정에 실패하면 이를 오히려 축하해주는 문화가 있다고 들었다. 어떤 점에서 이것이 가능한가?

▶ “실패하지 않는 분야에만 도전한다는 것은 안주한다는 것과 같다. 환자의 더 나은 내일을 위해 그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어려운 과제에 도전했기 때문에 실패가 따르는 것이다. 그래서 로슈는 신약 개발 임상에 실패했다 하더라도 이를 비난하고 자책하는 것이 아니라 과감히 환자들을 위한 어려운 도전을 받아들였던 서로의 도전과 개척 정신을 축하하며 ‘실패로부터의 배움’을 극대화하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실패를 축하할 줄 아는 연구개발 정신에서부터 지치지 않고 환자를 위한 혁신을 지속할 수 있는 용기와 끈기가 생겨나는 것 같다.”

-로슈는 2009년 제넨틱 인수 등 적극적인 M&A를 실시하고 있다. 반면 국내 기업들은 이런 M&A에 소극적인 편이다. 글로벌 바이오 기업들은 어떤 점 때문에 이것이 가능한가?

▶ “현재 로슈가 진행하는 신약 개발 파이프라인의 절반 가량이 외부 기업/기관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진행되고 있고, 전체 그룹 매출의 약 40%가 이러한 외부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창출되고 있다. 외부와의 효율적 협력과 파트너십은 연구개발의 중장기적 성과를 높여주는 주요 요소다. 그래서 로슈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R&D 센터에는 자체 연구개발 외에도 이렇게 파트너링과 외부와의 협력을 전담하는 팀과 조직이 따로 갖추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기업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틀이나 한계를 뛰어넘어 우리에게 필요한 역량이나 기술이 무엇인지를 분석하고 그러한 역량과 기술을 갖춘 외부 파트너를 적극 발굴해 파트너십이나 인수합병을 체결하는 것 역시 중요한 연구개발 역량이다.”

-국내 바이오 제약사가 로슈와 같은 글로벌 제약사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연구개발 측면에서 무엇이 보완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는가?

▶ “단기적 기업 이윤의 극대화보다는 연구개발에 있어서 환자 중심의 중장기적 비젼과 전략을 수립해야만 기업의 중장기적 성장도 이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실패하더라도 환자의 충족되지 않은 니즈를 위해 혁신 신약 개발에 도전할 줄 아는 연구 개발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

또한 이제는 단일 기업이 블록버스터 제품으로 시장을 선도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시대에 접어들고 있다. 이제는 환자 개개인의 유전체 변이 정보에 기반한 맞춤 진단 및 치료제를 제공하기 위해 의약품 시장도 더욱 세분화되어 가고 있다. 시장을 더 많이 점유하기보다는 환자 중심의 정밀의료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기여하기 위해 필요한 연구개발 역량이 무엇인지를 최우선에 두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손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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