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평사 ‘신용 고등급’ 남발…은행권 활용도 축소 고심

은행들이 대출업무에서 신용평가사(CB사)가 산정한 신용등급의 활용도를 축소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CB사 등급의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다. 은행권은 이 같은 조치가 신용대출 증가세 관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통상 은행들이 대출심사를 벌일 땐 2가지 지표를 섞어쓴다. 자체 내부평가모형(CSS)로 산출한 신용등급을 토대로, 외부 CB사 등급을 보완지표로 삼아 심사하는 시기다. 은행들은 올해 들어 CB사 등급이 전반적으로 올라선 현상을 목격하고 있다.

10일 은행연합회 자료를 보면 5대은행(KB국민·NH농협·신한·우리·하나)으로부터 지난 7월 중 신용대출을 받은 고등급(자체등급 1~2등급) 차주의 평균 CB등급은 1.74등급이었다. 작년 7월 기준(평균 1.96등급)보다 떨어졌다.

한 CB사 내부집계를 보면, 작년 말 1등급 대출자는 581만명 정도였지만 올해 3개월 사이 14만명 가량 늘었다. 지난해 분기별 1등급 증가폭(12만5000여명)을 넘어섰다. 이 CB사 관계자는 “2등급은 작년 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1등급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된 유력한 원인 가운데 하나로 금융당국이 지난해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하고 있는 ‘개인신용평가체계 종합 개선방안’이 꼽힌다. 방안에는 제2금융권(저축은행·보험·카드사 등)에서 대출받은 이력이 있더라도 신용등급 하락폭을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겼다.

금융당국은 작년 1월 저축은행업권 대출자를 대상으로 개선방안을 먼저 시행한 결과 6개월여 만에 CB사 기준 68만명의 신용점수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일부는 3등급 이상 우량등급으로 유입된 것으로 업계에서 보고 있다. 불합리한 신용평가 관행이 개선된 것은 반길 일이지만, 은행 입장에선 고민도 안겼다. 똑같은 고객인데도 자체 CSS로 책정한 등급과 CB사 매긴 등급 사이에 ‘격차’가 벌어지기 때문이다. 애초 평가항목 구성이 다르기에 두 평가결과가 일치할 순 없다. 하지만 괴리가 커지면 대출을 내주는 은행 입장에선 정확히 상환 가능성 등을 살피기가 어렵게 된다.

CB등급의 ‘상향 평준화’를 올해 들어 신용대출 잔액이 크게 늘어난 배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보조지표인 CB등급이 높아지면 아무래도 대출 한도에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시중은행은 CB등급 활용치를 낮추거나 한시 배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CB등급은 정책형 대출상품이 아니라면 은행들 재량에 따라 활용도를 조정할 수 있다. 다른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는 “대출심사 정책을 은행의 자체 CSS 위주로 펼치게 되면 진정한 우량고객을 선별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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