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미군 42% 감축·아프간 철군 시사…트럼프, ‘끝없는 전쟁’ 종료 본격화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전체 미군 수인 5200명의 42%에 해당하는 2200명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AP]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016년 대선 기간부터 내세운 ‘끝을 알 수 없는 전쟁’에서 미군을 철수하겠다는 공약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11월 대선을 두 달도 남기지 않은 시점에 주요 공약에 대한 성과를 보임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치적으로 이를 활용할 것이란 예상도 나오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9일(현지시간) 중동 지역을 관할하는 미 중부사령부가 이라크에 주둔 중인 전체 미군 수인 5200명의 42%에 해당하는 2200명을 감축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프랭크 매켄지 미 중부사령관은 이날 이라크를 방문해 “미군이 훈련시킨 이라크 군경이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의 위협에 대응할 수 있다는 미국의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을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이 걸린 선거를 두 달 앞두고 지지층을 결집하려고 공약을 이행하는 것이라는 해석이 대체적이다.

실제로 지난 8일 미 백악관 고위 관료는 익명을 전제로 “수일 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추가 감축 계획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고 알자지라 방송은 보도했다.

이라크에 주둔 중인 미군 병사들이 작전을 수행하고 있는 모습. [로이터]

1만3000명 규모였던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은 트럼프 대통령 재임 기간 8600명으로 줄었고,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인터뷰에서 4000명 수준으로 줄일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다고 미 정치 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결정을 ‘끝없는 전쟁’의 마무리로 가는 진전이라고 자랑할 것”이라며 “이라크뿐만 아니라 아프가니스탄, 독일에서의 비슷한 결정도 함께 거론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다만, 미군 감축을 추진했던 다른 지역과 달리 이라크에서의 미군 감축은 적성국인 이란의 영향력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외교적 이해와 상충한다.

이라크는 이란과 정치·안보·경제적 관계가 밀접하고, 종교적으로 ‘시아파’ 벨트에 포함된다는 점에서 아프간이나 시리아와는 사정이 다르다.

이란 역시 트럼프 정부의 감군 결정을 ‘승리’로 규정하고 이라크에 대한 영향력 확대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미국은 이라크 주둔 미군 감축으로 인한 ‘대(對) 이란 전선’ 약화 우려를 이스라엘과 걸프지역 수니파 아랍국가간의 연합 강화로 대응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백악관 외교실에서 발언하는 모습. [로이터]

미국은 지난달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평화협약을 주선했고, 이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중동 국가 순방에 나서며 이스라엘과 아랍 국가들의 추가 수교를 위한 ‘군불 때기’ 작업에 나서기도 했다.

이 밖에도 미국은 이란의 영향력이 이라크에서 확대되는 것을 막기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내 친미 국가들을 이용해 이라크에 대한 경제 지원을 확대하고, 이란에 대해선 경제·금융 제재를 강화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realbighea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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