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방탄소년단과 미국시장 마케팅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그룹 방탄소년단이 미국 빌보드의 싱글 차트인 ‘핫(HOT) 100’에서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로 2주 연속 1위를 차지하는 위업을 달성했다.

빌보드에서 외국 가수가 지속력을 가진다는 것은 꿈 같은 일이다. 게다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있는 노래임을 의미하는 ‘핫100’에서 장기전의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번 성과의 큰 원인중 하나는 전략과 시스템이다. 미국시장을 공략하려는 전략 수립과 팬덤에 기반한 시스템을 갖춰나간 것이다.

BTS의 코어팬인 ‘아미’ 세계 지도 분포도를 보면 아메리카 대륙이 유난히 짙은 색으로 칠해져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시장도 전략만 갖추면 충분히 공략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를 위해 BTS가 기존 스타일에서 변화를 줬다.

방탄소년단이 일본어로 음반을 만든 적은 있지만, 매번 한국어로 제작했는데, 처음으로 100% 영어 가사로 만들었다.

음악도 1970~80년대 미국에서 유행했던 디스코 풍을 차용하는 등 팝스러운 느낌을 강화했다. 70년대의 신나는 디스코 리듬에 맞춰 추는 춤은 미국의 조금 나이가 든 세대까지도 친숙하게 느껴지게 했다.

멤버들이 좀 더 어른스러워보이는 스타일을 하고, 코로나19로 좀 더 유쾌하고 신나는 멜로디를 선보인 것, 이런 음악을 콜롬비아 레코즈를 통해 유통시킨 게 잘 맞아떨어졌다.

방탄소년단은 ‘다이너마이트’ 성공으로 영미 팝 신에서 디스코를 다시 유행하게 만드는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비지스의 ‘Stayin’ alive’나 ‘Tragedy’, 도나 섬머 등이 유행시킨 70년대 디스코는 미국 중년들에게도 익숙하다.

빌보드 ‘핫100’ 성적은 음원 소비량, 유튜브 조회수, 라디오 방송 횟수 등 3가지를 바탕으로 산정된다. ‘다이너마이트’는 외국 가수에게 가장 취약지인 미국 내 라디오 방송 포인트(라디오 에어플레이)가 9월 6일까지 무려 1600만을 기록했다. 미국 FM 라디오 방송국은 음악 장르별로 특화돼 있다보니, 선곡 리스트에 오르기 위한 노력 등 전략적인 부분이 작용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풀사이드(Poolside)와 트로피컬(Tropical), EDM, 어쿠스틱(Acoustic) 등 리믹스 버전도 다양하게 내놨다. 이는 빌보드가 분석했듯이, 차트 고공행진의 비결 중 하나가 됐다. 이를 두고 미국내 일부에서는 ‘꼼수’라는 비아냥도 있지만 크게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이건 마케팅이고 전략이다.

한국내에서도 신승훈, 조성모 시절의 음반과 BTS, 세븐틴 시대의 음반 마케팅이 같을 수 없는 것처럼, 새로운 시장에 들어갈 때는 치밀하면서도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구사해야 됨은 물론이다. 방탄소년단처럼 진심을 담은 마케팅 전략이라면 전세계 아미들이 환영한다.

이번에 BTS가 잘 안입던 양복 차림으로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 영화 ‘토요일 밤의 열기’(1978) 분위기를 낸 것도 훌륭한 '전략'이다.

물론 방탄소년단이 ‘피 땀 눈물’ ‘DNA’ ‘페이크 러브’ ‘IDOL’ 등 전작들과의 분위기와 결별한 것은 아니다. 외국인들이 좋아하는 K팝의 강점, 완성형에 가까운 퍼포먼스와 완성도가 점점 높아지는 음악과 가창, 전반적으로 세련돼 보이는 비주얼과 스타일을 지니고 있다.

BTS는 이런 K팝의 정점에 있다. 긍정적인 에너지와, 노홍철 패러디 등 사소한 동작으로도 매력을 뿜어내는 잔망미의 매력은 여전하다. 여기에 서양인, 특히 미국 사람들이 접근하기 편해진 음악과 효율적인 마케팅이 가미됐으니 그들을 빠져들게 할 수 있었다.

이제 관심은 BTS가 미국시장에서 얼마나 지속력을 가질수 있을까다. 빌보드 차트에서의 롱런과 ‘그래미 어워즈’ 후보 선정과 수상 여부다. 그래미도 외국 가수에게 배타적인 면이 있어 결코 만만치 않다.

하지만 BTS가 갈수록 음악적으로 성숙하고 있으며 매력 또한 놓치지 않는데다, 원래 SNS를 주요 활동기반으로 삼는 글로벌 아미는 오프라인 시장이 위축되는 코로나19 환경에서도 맹활약이 기대돼 전망은 무척 밝은 셈이다.

서병기 선임기자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