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K-뉴딜’ 둔갑시킨 미래에셋 ETF에 결국 독점권

지난달 말 코스콤 데이터를 통해 공지된 내용.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이 개발한 지수명칭이 일괄적으로 ‘K-뉴딜’로 변경됐다.

한국거래소가 미래에셋이 개발하던 일반 ETF(상장지수펀드)를 정부가 강력 추진하는 뉴딜 맞춤형 상품으로 바꾼 데 이어 석 달간의 배타적 상품권까지 부여했다. 금융권은 ‘부글부글’이다. 거래소가 청와대와 금융 당국에 잘 보이려고 미래에셋에 형평에 어긋난 조치를 해줬다는 불만이다.

한국거래소의 K-뉴딜지수가 출시 초기부터 내홍에 휩싸였다. 올해 말까지 미래에셋자산운용이 3개월간 배타적 사용권을 갖게 되면서 다른 운용사들이 선점 기회를 놓친 탓이다. 운용사들은 한국거래소가 일반적인 지수를 ‘K-뉴딜지수’로 변경해 특정 회사만 유리해졌다고 항의하고 있다. 특히 청와대에서 70조원대 돈보따리를 풀어놓은 주요 금융지주 산하 운용사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10일 미래에셋자산운용에 ‘KRX BBIG K-뉴딜지수’ 5종에 석 달간의 배타적 사용권을 부여한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이 지수는 원래 미래에셋자산운용이 ‘KRX BBIG 스타12·2차전지 TOP3 플러스·바이오TOP3플러스·인터넷TOP3플러스·게임TOP3플러스’로 개발하던 상품이다. 그런데 지난달 28일 한국거래소 자회사인 코스콤 데이터가 이 상품 명칭을 ‘KRX BBIG K-뉴딜’로 변경한다고 공지했다. 이때는 이미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금융권 최고경영자들이 만나 한국형 뉴딜 발표회의를 하는, 이달 3일의 일정이 확정된 때다.

뒤이어 한국거래소는 청와대 회의 당일 “정부의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 비전을 구체화하기 위해 배터리·바이오·인터넷·게임 산업을 뉴딜 분야로 선정해 K-뉴딜지수를 개발했다”고 보도자료를 냈다.

이날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뉴딜지수를 개발해 지수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도 조만간 출시할 계획”이라며 “한국거래소를 중심으로 한국판 뉴딜 관련 산업 종목들의 별도 지수를 개발할 뜻도 밝혔다”고 언급했다.

한국거래소가 대통령도 모르던 뉴딜 펀드를 이미 개발하고, 발표까지 했던 셈이다. 뉴딜 목적으로 개발되지 않은 지수를 1주일 전 K-뉴딜지수로 발표한 것이 대통령의 입으로 확인된 셈이다.

청와대 회의에 참석해 정부에 적극적인 협조를 약속했던 금융권은 발칵 뒤집혔다. 70조원대 돈보따리를 풀어놓은 주요 금융지주 산하 운용사들의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계열 운용사들이 뉴딜 ETF를 만들면 투자하기 위한 방안들을 준비해왔다. 하지만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올해 말까지 해당 지수를 독점하면서 금융지주 계열 운용사들은 뉴딜 ETF 출시가 어렵게 됐다. 서둘러 새 상품을 만들더라도 ‘K-뉴딜’ 브랜드를 선점당한 불이익은 쉽게 만회하기 어려울 수 있다.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민간 운용사의 지수를 갑자기 공적 목적으로 개발된 K-뉴딜지수처럼 발표한것도 모자라 배타적 사용권까지 줬다”며 “정부 정책에 부응해 지수를 만들고 싶었으면 여러 사업자와 머리를 맞대 공평하게 지수 개발을 해야 했던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거래소 측에 부당함을 얘기했으나 이미 정부 보고가 끝난 사안이라 바꾸지 못한다는 답을 들었다”며 “정부 정책에 맞추기 위해 졸속 결정한 것이 이런 문제를 야기시켰다”고 토로했다.

서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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