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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리포니아의 9월 하늘은 구름 한 점없이 청명하기로 유명하지만 올해는 전혀 그렇지 않다. 로스앤젤레스와 샌프란시스코 등 캘리포니아 주요 도시를 비롯한 서부 지역 일대가 대낮에도 오렌지빛 뿌연 스모그에 휩싸여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남북부를 가리지 않고 동시다발적으로 90여건의 크고 작은 산불이 번지면서 잿가루가 대기에 가득 차 태양빛을 차단, 한낮에도 저녁 시간처럼 등불을 켜야할 정도다.
10일 현재 캘리포니아와 오리건 등 미 서부지역에서 발화한 대형 산불은 85건이 넘는 것으로 미 전국합동화재센터(NIFC)는 집계했다.
산불로 솟구친 연기와 잿가루가 강한 바람을 타고 해안가로 밀려들면서 도심에서까지 잿가루가 흩날리고 대낮에도 하늘이 붉게 물들거나 어둡게 뒤덮이는 현상이 속출하고 있다.
LA의 오존 오염도는 1994년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미국 사우스코스트 대기 질 관리기구에 따르면 지난 6일 LA 도심의 오존 농도는 185ppb(1ppb는 10억분의 1)까지 치솟았고 8시간 평균 오존 농도는 118ppb를 기록했다.또 LA 인근 오렌지 카운티의 8시간 평균 오존 농도는 123ppb로, 2000년 측정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보였다.
건강에 매우 해로운 것으로 평가되는 연방 정부의 대기질 지수(70ppb)를 훌쩍 넘는 수치다.
대기 질 관리기구는 지난 주말 화씨 121도(섭씨 49.4도)까지 치솟는 기록적인 폭염의 날씨와 대기 정체 현상이 겹치면서 오존 농도가 극도로 나빠졌고, 최악의 스모그 현상을 만들어냈다고 밝혔다.
샌프란시스코 베이에어리어에서는 산불로 치솟은 연기가 200마일(약 322㎞) 거리까지 밀려오면서 낮에도 하늘이 “녹물이 든 듯”한 붉은 색으로 변했으며 주민들은 어둠 속에 전등을 켜고 지낸다고 CNN 방송이 전했다.
샌프란시스코 금문교 주변은 짙은 오렌지색 스모그가 가득차 마치 ‘종말이 온듯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고 LA타임스가 전했다.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스카이라인은 2~3마일 밖에서도 고층빌딩들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뿌연 안개같은 잿가루 속에 묻혀 있다.
오리건주 세일럼시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 “종말이 다가온 듯한 적색 하늘”이 목격됐다고 방송은 덧붙였다.주민들도 소셜미디어 등에 속속 목격담을 올리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주민인 스네하 파틸은 낮 12시 20분인데도 주택가 하늘이 온통 오렌지색으로 물든 사진을 올리고는 “마치 화성에서 눈을 뜬 듯한 기분”이라고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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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오렌지 하늘’ 현상은 연기와 잿가루가 대기를 뒤덮으면서 햇빛 중 녹색과 청색은 대기를 통과하지 못하고, 적색과 황색만 대기를 통과해 땅에 도달하기 때문이라고 기상 전문가인 저드슨 존스는 말했다. 그는 “대기를 뒤덮은 입자 녹색과 청색이 차단되면서 하늘이 마치 일출이나 일몰처럼 보이게 된다”면서 “산불에 가까이 갈수록 햇빛이 대기를 전혀 통과하지 못해 한밤중처럼 보이게 된다”고 설명했다.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대기자원국(California Air Resources Board)은 “주 전체 인구 약 4천만명의 절반 이상이 미세먼지로 나빠진 공기 질에 영향을 받고 있있다”라며 머리카락 두께의 1/30 정도 미립자 크기를 나타내는 PM2.5단위로 ‘산불먼지’를 규정했다.
로스앤젤레스와 샌버나디노,오렌지,리버사이드 등 남가주 지역에는 검댕이 등이 뒤섞인 ‘산불먼지’가 눈처럼 내려 주차된 차량을 하얗게 덮을 정도이다.
심지어 요세미티국립공원 일대는 로스앤젤레스 도심에서 측정되는 대기오염 상태보다 6배나 더 악화된 공기질을 나타내고 있다.
보건 전문가들은 이같은 산불먼지는 폐로 흡수돼 혈관까지 침투, 심하면 심장마비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노약자들과 천식환자들은 외출을 삼가야 하고 일반인들도 가급적 마스크를 착용하고 공기정화 시설을 가동한 공간에 머무르도록 충고하고 있다.
◇44개 산불 진행 중…사망 12명: 캘리포니아의 남북부 지역 산악지대를 휩쓸고 있는 대규모 산불은 10일 현재 44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 12명, 실종 12명에 3900여개 동의 건축물이 불에 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산불은 샌프란시스코에서 북쪽으로 140여마일 거리에 위치한 5개 카운티에서 지난 8월 17일 번갯불이 원인이 돼 발화한 37개의 크고 작은 산불을 한데 모아 표기하고 있는 어거스트 컴플렉스 파이어(August Complex Fire)를 비롯,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에서 북쪽으로 40여마일 거리의 샌 가브리엘 산맥 지역에서 발생해 진화율 제로(0)% 상태인 밥캣 파이어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연방 산림청은 산불예방을 위해 지난 9일자로 캘리포니아주 내 18개 국립공원과 30개 주립공원을 폐쇄했다.또 1번 고속도로도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캘리포니아 삼림화재예방국에 따르면 올들어 발생한 7700여건의 산불로 인해 소실된 연면적은 310만 에이커에 달한다.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면적(304만 에이커) 보다 더 넓은 임야가 사라진 셈이다. 특히 올해 발생한 산불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큰 20개 중 6개가 지난 8월부터 현재까지 진행 중인 산불이다. @herald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