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기업도 대규모 M&A는 결국 ‘오너 결단’

최근 글로벌 주요 기업들의 대규모 인수합병(M&A) 사례도 오너나 창업주가 강력한 의지를 갖고 직접 성사시킨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배구조의 정점에 선 오너가 전면에 서서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베팅 전략으로 대형 M&A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은 창업자인 제프 베조스 최고경영자(CEO)의 지휘 하에 인수합병 시장에서 가장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7년 미국 최대 유기농 식료품체인 홀푸드를 137억달러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베조스는 그동안 아마존의 취약점으로 평가된 식료품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오프라인 식료품점 인수를 결단해 유통업계를 들썩이게 했다. 이는 아마존의 유통망 확장의 최대 모멘텀으로 평가된다.

지난 2018년에도 베조스는 월마트를 누르고 온라인 의약품 유통업체 필팩(PillPack)을 인수하기 위해 10억달러를 투자하며 또 한번 주목을 받았다. 그동안 제약사업 진출설이 무성했던 아마존은 베조스의 결정을 계기로 글로벌 시장에서 본격적으로 약 판매에 나섰다. 올해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고 있는 가운데 2년 전 필팩 인수 덕분에 현재 인도와 호주, 캐나다 등에서 의약품 배송 사업에 발빠르게 나설 수 있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세계 전기차 시대의 문을 연 테슬라의 창업자 일론 머스크 CEO 역시 오너십을 바탕으로 대규모 투자를 잇달아 단행하며 초고속 성장을 이끈 것으로 분석된다.

머스크는 지난해 2월 배터리 기술업체 맥스웰 테크놀러지스를 2억1800만달러에 인수한 데 이어 같은 해 10월에는 자율주행차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스타트업 딥스케일을 손에 넣으며 몸집을 빠른 속도로 키웠다. 지난 2016년 태양광 업체 솔라시티 인수 이후 작년까지 머스크가 단행한 인수합병은 총 5건에 달한다. 업계에서는 머스크가 장기적으로 배터리 기술 확보를 위해 향후에도 강력한 오너 경영체제를 앞세워 인수합병 시장에 꾸준히 얼굴을 내밀 것으로 보고 있다.

중국 게임시장을 틀어쥐고 있는 텐센트 역시 창업자 마화텅 회장의 적극적인 의지를 기반으로 인수합병에 뛰어들었다. 미국 라이엇 게임즈와 핀란드 슈퍼셀 등 굵직한 해외업체들을 인수한 것은 물론 한국 주요 게임사 넷마블과 크래프톤, 카카오게임즈 등의 주요 주주이기도 하다.

마화텅 회장은 다수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소유하되 간섭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고수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텐센트의 잇단 인수합병 성공 배경에도 이 같은 마화텅 회장의 원칙이 주효하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일본의 최대 자동차 회사 도요타는 위기 극복을 위해 전문경영인 시대를 끝내고 오너 경영체제를 택한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덮쳤던 지난 2009년 전문경영인 체제를 14년 만에 청산하고 창업주의 손자인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전면에 나섰다.

아키오 사장은 2017년 주주총회 연설에서 “테슬라와 중국의 자동차 스타트업, 구글 등에 의한 경쟁이 확대되면서 게임의 규칙이 변했다”며 “인수와 합병, 제휴 관계의 확대 등을 통해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공식 선언했다.

이전까지 도요타는 전문경영인 체제 하에서 인수합병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것으로 평가받았다. 그러나 아키오 사장의 등장으로 오너 경영체제가 작동하면서 기업 색채를 바꿨다.

실제로 아키오 사장은 2016년 일본의 대표 경차 브랜드인 다이하츠의 지분 100%를 인수한 데 이어 구글의 로봇회사인 보스턴 다이내믹스와 샤프트 등의 인수를 시도하며 신기술 확보에 공격적인 모습을 드러냈다. 안세연 서울대 경영연구소 박사는 “전문경영체제는 단기수익을 추구하는 경향 탓에 오너경영 체제에 비해 위기 극복에 불리할 수 있다”며 “기업의 핵심가치를 잘 이해하고 있는 가족 구성원이 참여하는 경우 기업의 장기적 투자의 연속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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