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영 추모’하며 검찰개혁 밝힌 법무부…손해배상 소송선 ‘책임전가’

법무부가 2016년 5월 상급자 폭언과 폭행에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홍영 검사 유족과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사망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한 사실이 확인됐다. 추미애 장관과 조국 전 장관 모두 김홍영 검사를 언급하며 검찰개혁 의지를 밝혔지만, 정작 민사소송에서는 이와 상반된 입장을 보인 셈이다.

14일 헤럴드경제가 입수한 법무부장관 명의 의견서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 1월 8일 김 검사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망인(亡人)은 정신적 고통을 극복하기 위한 적극적인 개선 노력 대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이러한 점은 국가의 책임을 제한한다고 할 것이므로 배상 책임의 범위를 정함에 있어서 참작되어야 할 것”이라는 의견서를 제출했다.

추 장관은 지난 8월 검찰 정기인사 직후 검찰 개혁을 하겠다며 김홍영 검사를 언급했다. 그는 “새내기 검사 김홍영이 희망과 의욕을 포기한 채 좌절과 절망을 남기고 극단적 선택을 하고 떠난 것을 그저 개인의 불운으로 여길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당연시 여겨온 조직문화를 바꾸어 나가야 한다”고 했다.

법무부 의견서 제출 시점상 전임자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게도 비판의 여지가 있다. 조 전 장관은 지난해 9월 고 김 검사 묘소를 참배하며 “검사 조직문화, 검사 교육 및 승진제도를 제대로 바꿔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겠다. 김 검사의 희생을 기초로 해서 전반적인 검찰 내부 문화와 제도를 바꾸라는 뜻이다. 검사 교육과 승진문제를 살펴보고 특히 다수 평검사의 목소리를 듣고 교육과 승진 과정에 반영하겠다”고 했다.

김 검사 유족을 대리하는 최정규 변호사는 “국가 배상 소송에서 국가의 답변서는 이기기 위해서만이 아니다. 국가는 국민의 권익을 보호 하기 위한 주체다. 이번 답변서는 민사 사건의 대리인 보다도 못한 답변서”라고 지적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소송은 관련 법령에 따라 검찰에 위임이 돼 있다. (김홍영 검사 사건) 소송 수행은 서울남부지검에서 이뤄지고 있다. 법무부에서 구체적으로 지휘를 하거나 보고를 받지 못했다”고 했다.

김홍영 검사 유족은 이날 대검찰청에 상급자였던 당시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고발 사건의 수사심의위를 요청했다. 대리인단은 “법무부와 검찰이 가해 부장검사에 대한 형사처벌을 제대로 진행시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지난해 11월 대한변호사협회 고발 이후 9개월이 지난 현재에도 소식이 들리지 않았다. 유족의 뜻을 잘 헤아려 가해 부장검사에 대한 기소·불기소여부가 논의될 수 있도록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줄 것을 요청드린다”고 했다.

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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