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즐기는 당신, 아픈 지구를 구한다

만화영화에 ‘독수리 5형제’가 있다면 현실에서는 누가 가장 지구를 잘 지킬수 있을까. 독수리 5형제는 악당 개랙터 일당으로부터 지구를 구한다. 하지만 우리 시대에서 ‘지구를 지킨다’는 말은 환경 보호의 의미로 통한다. 이는 기후위기로 뜨거워진 지구가 이제 그만 ‘열’을 받게 하고, 바다와 공기·토양의 오염으로부터 ‘아픈’ 지구를 구하는 일이다.

가장 시급한 일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는 일이다. 지난해 스웨덴인들은 다른 교통수단보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다는 이유로 비행기의 탑승 거부 선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보다는 일상에서 쉽게 실행하면서도 그 효과가 빠르고 큰 행동의 변화가 필요하다. 기후변화 전문가들과 과학자들이 주목하는 것은 바로 식단의 개선이다. 이들이 언급하는 식물성 위주의 식단은 과연 지구를 구하는 특공대 역할을 해낼 수 있을까.

▶“식물성 위주의 건강식, 온실가스 배출 가장 낮다”=식물성 위주 식단은 거대한 지구를 구하기 전, 작은 우리 몸부터 구한다. 얼마전 영국의학저널(BMJ Open)최신호에는 흥미로운 연구가 실렸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와 런던보건대학원의 공동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식습관의 9가지 권장사항중 5개~9개를 준수한 이들은 2개 이하로 지킨 이들에 비해 사망 위험이 감소했다.

권장사항은 영국 공중보건국이 발표한 ‘잇웰 가이드’(Eatwell guide, 2016)이다. 이는 붉은고기 및 가공육 섭취를 하루에 70g 이하로 제한하고, 대신 콩이나 생선과 같은 대체 단백질 섭취를 권한다. 즉 식물성 위주의 식단을 권장하면서 과일과 채소· 통곡물의 풍부한 섭취와 함께 불포화지방이 풍부한 오일을 선택하고, 지방·소금·설탕이 많은 음식은 가급적 피하라고 제안한다. 매일 6~8잔의 물도 포함된다.

하지만 애초에 잇웰 가이드는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목표로 기획된 것이 아니다. 영국인들의 과체중을 해결하기 위한 가이드다. 주목할 점은 이러한 건강식을 지킬 경우 온실가스 배출이 감소된다는 연구진의 분석이다. 5~9개의 권장 사항을 그대로 따른 이들의 식단은 2개 이하로 지킨 식단에 비해 하루 온실가스 배출량이 30% 적게 나타났다.

하지만 영국의 식생활 영양조사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44%)은 3~4개의 권장 사항만 지키고 있다. 연구진은 “건강식을 따르는 것은 온실가스 감소에 따른 지구 보호에도 이롭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식품의 영향은 크지 않다?=이러한 연구가 발표돼도 오늘의 한 끼가 지구를 구한다는 것은 좀처럼 믿어지지 않는 말이다. 하지만 식품과 환경과의 연관성에서 우리가 잘못 추정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식품 시스템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에서 우리의 예상과 달리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이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Science)에 실린 ‘생산자와 소비자를 통한 식품의 환경 영향 감소’(Poore and Nemecek, 2018)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26%는 바로 ‘식품’ 에서 나온다. 특히 모든 동물성 제품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 중 절반 이상은 식품에 해당한다.

연구진은 채식으로 식단을 바꿀 경우 개인이 음식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 3분의 2를 줄일 수 있다는 분석도 내놓았다. 소고기를 과도하게 자주 먹는 식습관 역시 자동차로 인한 온실가스 문제보다 클 수 있다. 실제로 유엔 식량농업기구(FAO)는 축산업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8%를 차지하며, 이는 교통 부문(13%)보다 많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식단의 변화를 나무 심기에도 적용할 수 있다.

환경단체 ‘한국고기없는 월요일’의 분석에 따르면 서울시청 1830명에게 1년간 주1회 점심을 채식 식단으로 제공한 결과, 30년생 소나무 7만 그루를 심은 환경보호 효과가 나타났다. 일주일에 단 한 끼로 지구에 동일한 미소를 줄 수 있다면 식단의 개선은 상대적으로 간편한 일이다. 즉 “더 많은 식물을 먹고, 더 적은 동물을 먹는 것이 지구를 보호하는 가장 빠른 방법”이다.

최근 진행된 미국식품과학회(IFT) 컨퍼런스에서도 이와 비슷한 공통의견이 제시됐다. “식단의 변화가 지속가능성과 우리의 건강에 가장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의견이다.

미국 대체육기업인 비욘드미트(Beyond Meat)의 세스 골드먼(Seth Goldman) 회장은 “최근들어 사람들은 모든 식단에서 단백질을 찾고 있지만 건강과 환경에 가장 효과적인 단백질 종류의 선택에는 크게 집중하지 않는다”며 “식물성 단백질의 구입은 소비자가 환경을 변화시키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비욘드미트의 경우 소고기와 비슷한 단백질량을 제공하지만 소보다 99% 적은 물과 93% 적은 토지를 사용한다”고 설명했다.

물 절약도 마찬가지다. 식단의 변화는 생각보다 물 사용량을 크게 줄이는 효율적 방법이다. 기업의 물관리 지원업체 ‘마자린 인베스트먼트’ 소속의 로빈슨(Robinson)은 이 자리에서 “많은 이들이 샤워를 짧게 하면 물을 절약할 수 있다고 여기지만 농업에서 사용되는 물 사용량은 이와 비교할 수 없다”며 “식단에서부터 식물성 식품을 늘리는 것이 현명하다”고 주장했다.

▶육류, 개인 식생활 온실가스 배출량의 47.6% 차지=우리가 식품의 영향을 과소평가하는 이유는 자동차 배기가스나 전기료 통지서처럼 온실가스 배출을 눈으로 확인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 연구에서 나온 수치를 보면 그 차이를 실감할 수 있다.

미국 환경보호단체인 EWG의 ‘기후변화와 건강을 위한 보고서’에 따르면 소고기 1㎏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 배출량(단위 Co2 eq, 각종 온실가스를 이산화탄소로 환산한 수치)은 27㎏ Co2 eq인데 반해, 콩류(1㎏)는 2㎏ Co2 eq 에 그친다. 또한 산업생태학저널(Journal of Industrial Ecology)에 실린 연구(2014)에 따르면 한 사람의 평균 식생활에서 배출되는 총 온실가스량 중 육류는 47.6%를 차지하며, 유제품(18.9%)까지 합치면 총 66.5%로 절반을 넘는다.

‘한국고기없는월요일’이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함께 발표한 연구에서는 ‘두부스테이크 덮밥’에서 두부를 소고기 등심으로 바꿀 경우 온실가스 배출량이 11배나 높아졌다.

이러한 측면에서 식물성 식품은 건강식으도 활용되지만 지구 구하기 미션의 ‘훌륭한’ 수단으로도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환경운동가인 이현주 ‘한국고기없는 월요일’ 대표는 “우리가 여전히 환경을 존중해야 할 대상으로 삼지 않는다면 코로나19보다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다”며 “식물성 위주 식단은 지구환경을 구하는 효율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육성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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