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은 그대로인데 준비는 못하고” 실기시험 치는 수도권 수험생 ‘발동동’

서울대 음악대학 기악과 최은식 교수와 4학년 강승주 학생이 지난 5월 7일 오후 서울 관악구 서울대 음악대학에서 투명 칸막이를 사이에 둔 채 비올라 현악 실기 수업을 하고 있다. [연합]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기시험을 제대로 준비하지 못한 수험생들의 걱정이 터져나오고 있다. 혼란을 줄인다는 이유로 시험 일정은 확정이 됐는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실기시험을 준비할 환경이 여의치 않은 탓이다.

15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0년 제2차 순경공채시험 및 하반기 경력경쟁채용시험 필기시험이 오는 19일 진행된다. 필기시험 응시자 중 50%는 오는 28일부터 다음달 30일까지 신체·체력·적성검사를 치른다. 이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 19) 영향으로 한 차례 연기된 일정이다. 지난 7월 15일 원서 접수 이전에 일정 연기가 발표된 후 지난달 31일 예정대로 19일에 진행될 거라고 공지됐다. 송경애 경찰청 경무인사담당관은 앞서 헤럴드경제와의 통화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격상되면 시험을 연기하지만 2.5단계로 유지되거나 떨어지면 그대로 진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도권 사회적거리두기는 지난 14일 부터 2.5단계에서 2단계로 하향됐다.

그러나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학원, 실내체육시설, 독서실 등을 이용할 수 없어 경찰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기 성남시에 거주하는 이모(22)씨는 “10개월 정도 시험 공부하며 노량진에서 경찰체력학원을 다니고 있었으나 학원 운영이 중단돼 집에서 체력이 떨어지지 않을 정도로 팔굽혀펴기나 윗몸일으키기 등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체력학원에서는 실제 검정에서 쓰이는 측정 기계로 자신의 기록을 잴 수 있다”며 “필기시험 이후에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연장된다면 체력시험 준비를 하는 데에 큰 어려움이 따를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장씨를 비롯한 경찰시험 수험생들에 따르면 대부분의 수험생들이 경찰체력학원을 다니고 있으며 특히 필기시험 이후에는 안 다니던 사람들도 ‘단기 속성’으로라도 다닌다고 입을 모았다. 경찰시험 준비생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7만 경시생에게 대체 왜이러냐”, “아무것도 못하는 상황에서 시험은 그대로 본다고 하고” 등 하소연이 이어졌다.

미술과 음악 등으로 대학 입시를 준비하는 수험생들의 상황도 다르지 않다.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지난달 31일 수험생들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 일정을 더 이상 바꾸지 않겠다고 발표하며 오는 10월 9일부터 12월 15일까지 10주간의 수시전형 실기시험이 시작된다. 시험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는데도 수도권의 수험생들은 2주째 실기시험 대비 수업과 연습을 할 수 없어 “거리두기가 끝나면 밤새서 준비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지고 있다.

미대 입시를 준비하는 고3 자녀를 둔 서울 노원구 거주 50대 학부모 정모 씨는 특히 형평성 문제를 제기했다. 수도권 외 지역 학생들은 학원에서 예술고등학교 재학 중인 학생들은 학교에서 실기 수업을 듣거나 연습할 수 있지만 수도권 소재 일반고를 다니며 예체능 입시를 준비하는 속수무책이라는 설명이다. 정씨는 “예체능 계열에 수도권 소재 아이들의 수가 적어 어려운 사정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02년생은 정부에게 버림 받았다’ 자조하는 지경”이라고 털어놨다.

작곡 전공을 준비하는 정모(18)양은 “연습실을 자유롭게 가지 못하고 선생님들이랑 만나는 것도 제한이 많다”며 “같이 소리를 들으면서 수업을 하는 게 도움이 많이 된다. 원격으로 수업을 듣는 건 별 소용이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경기도 소재 예술고등학교에 재학 중인 박모(17)양은 “이전처럼 친구들을 모아 홀을 빌려 레슨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해졌고, 연습실이 학원에 있는 경우 새로 연습실을 구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부 대학에서 대면 평가 대신 연주 영상을 제출하도록 해 이들은 어려움이 배가 됐다. 정양은 “악기가 없거나 가정집에서 촬영하기 어려운 경우 많다”며 “악기와 공간, 촬영 장비 등에 따라 음질이 갈릴 수 있어서 사비가 많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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