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웨이 제재 발효…반도체업계 4분기부터 매출 타격

삼성전자 클린룸 반도체 생산현장. [삼성전자 제공]

[헤럴드경제 정순식·배문숙 기자] 중국 최대 통신기업 화웨이에 대한 미국의 추가 제재가 15일로 발효되면서 국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계의 중장기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화웨이의 막판 재고쌓기 효과로 매출 타격은 당장은 미미할 것으로 관측된다. 하지만 재고 소진 영향이 반영되는 4분기 이후부터는 매출과 영업익의 감소가 두드러질 것으로 예상된다. 화웨이 제재로 중국과 홍콩으로 집중된 국가별 반도체 수출에도 지각변동이 점쳐진다.

15일 한국무역협회 통계에 따르면 1∼7월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액 중 대 중국 수출 비중은 전체 41.1%에 이른다. 이 기간 반도체 총수출액 547억4000만 달러 가운데 224억8900만 달러가 중국으로 향했다. 중국에 이어 홍콩이 2위를 차지했다. 이 기간 113억7500만달러가 수출돼 수출 비중 20.8%를 차지했다. 홍콩 수출 물량 가운데 상당 물량이 중국 본토로 재수출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이 또한 사실상 중국 수출 물량으로 간주된다. 중국과 홍콩을 합해 60%가 넘는 반도체 수출 비중도 이번 화웨이 제제로 단기적으로 소폭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반도체업계에서는 화웨이의 수출 제재 조치가 1년간 이어질 경우 연간 10조원의 매출 차질이 발생할 것으로 추산한다.

지난해 우리나라 전체 반도체 수출량이 939억3000만달러(약 112조원)임을 고려할 때 약 10%에 달하는 비중이다.

반도체 업계는 실적 기준으로 3분기까지는 수출 제재 효과가 미미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화웨이가 제재 발효를 앞두고 공격적으로 재고 확보에 나선 효과가 3분기 실적까지 반영되기 때문이다.

다만 이날부터 화웨이 수출이 전면 금지됨에 따라 4분기부터는 매출과 영업이익 측면에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연원호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중국경제통상팀 부연구위원은 “화웨이로의 수출이 중단되니 하반기 반도체 수출이 타격을 받을 것은 확실시 된다”라며 “다만 반도체 수요는 유지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체 공급처를 찾으며 중장기적으로 안정을 찾아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미국이 중국의 파운드리 기업 SMIC의 제재를 언급하는 등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어 미국의 추가 제재 여부에 관심을 기울여야 할 시기”라고 덧붙였다.

반도체 산업의 양대 기업 중 휴대폰 포트폴리오를 함께 갖춘 삼성전자에 비해 메모리 전문 기업 SK하이닉스가 보다 직접적인 영향권에 들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중장기적으로 화웨이의 휴대폰 공급 차질에 따른 점유율 하락 공백을 휴대폰 사업부에서 메우는 효과도 예상된다. 이는 메모리 부문의 매출 감소폭 상쇄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이날 수출 제재가 발효됨에 따라 우리 기업과 수출에 미칠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단기적으로 화웨이의 재고쌓기 효과로 3분기 실적 영향은 적을 것으로 전망한다”라면서도 “하지만 이후 화웨이의 반도체 수요를 대체할 다른 기업의 계약을 따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4분기 이후부터는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이 또한 반도체 부문으로 보면 (대체 휴대폰 제조사로 반도체를 공급하는 데 따라) 장기적으로 영향이 중립적”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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