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빛나의 현장에서] 정말 이게 최선입니까

얼마 전 길을 걷다 폐업한 한 가게를 보고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7월에 취재차 방문했던 가게였다. 취재 당시 가게는 올 초부터 매출이 크게 줄어 주인의 개인 신용대출로 손해를 막고 있었다. 가게 주인은 더 이상 빌릴 돈이 없어 조만간 문을 닫을 거라 말했다. 텅빈 가게를 보니 그의 말은 현실이 된 듯했다. 취재원의 축 처진 어깨, 체념한 듯한 말투도 함께 떠올라 마음이 쓰렸다. 해당 가게 근처에는 기자가 5월에 방문했을 때 매니저가 “아직은 괜찮다”고 말한 옷가게도 있었다. 그 옷가게도 간판이 뜯긴 지 오래됐다.

시간이 갈수록 자영업자들의 상황이 악화하는 걸 온몸으로 느낀다. 코로나19 초기 “힘들다”고 말하던 자영업자들은 상반기를 지나서부터는 “못 견딘다”, 그리고 요즘은 ‘폐업’을 말하기 시작했다. 가장 최근에 방문한 고깃집은 실제로 폐업을 2주 앞두기도 했다.

최근 발표되는 자료들을 보더라도 폐업 도미노 현상은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부동산114와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상가데이터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서울의 상가 수는 1분기에 비해 2만1178개 감소했고, 그 중 절반가량이 음식점이었다. 영업 종료를 선택하는 상가가 늘고 있으며 그중 가장 많이 사라지는 업종이 외식업계라는 것이다. 폐업 지원 사업 신청 건수도 늘었다는 보도도 나왔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지난 8월까지 정부의 ‘소상공인 폐업 점포 철거비 지원 사업’ 신청 건수는 작년보다 1200건 이상 늘었다.

추석을 앞두고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이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가장 큰 아쉬움은 한계가 명확한 ‘새희망자금’이다. 기존 정책의 연장선인 대출 한도 상향 외에 종합적인 지원책이 부족하다. 새희망자금은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매출이 감소한 ‘연 매출 4억 원 이하’ 소상공인들에게 100만원이 일괄 지급하는 정책이다. 빠른 지급을 위해 보조금을 택했다는 점, 전 국민이 아니라 소상공인만 지원하는 ‘핀셋 지원’이라는 점은 긍정적이다. 하지만 반년 이상 이어진 자영업자들의 고통에 비하면 지원금 규모가 약소하다는 비판과 함께 지급 대상을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떤 지원책이 필요한 걸까. 지난 18일 소상공인연합회가 연 기자회견에서 나왔던 말을 살펴보자. 소상연은 “근로자들은 실업급여도 받고 근로 장려금도 받는 반면 소상공인은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소상연은 소상공인들에게도 최소한의 복지 혜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은 불경기나 전염병과 같은 외부 요인으로 위기가 닥쳤을 때 그 타격을 오롯이 흡수하는 계층이다. 매출 감소에 따른 임대료·세금·전기세 감면처럼 그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전례 없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해법이 나와야 한다. 권준욱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은 지난 1일 정례 브리핑에서 “죄 없는 자영업자분들의 희생을 기억해달라”며 공동체 방역을 위해 매출감소 등 고통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들을 언급했다. 우리가 이들의 고통을 알고 있다면, 고통을 실질적으로 덜어줄 방법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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