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란 듯 펼친 황금날개… 손흥민의 기막힌 타이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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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홈페이지>

해리 케인이 아주 좋은 타이밍에 패스를 찔러준 공을 간과할 수는 없으나, 손흥민이 기록한 4골은 손흥민이라는 선수의 ‘클래스’를 다시 확인하게 해준 장면들이었다.

손흥민은 확실히 빠른 스피드를 지닌 공격수고, 그 스피드를 살린 채 드리블을 할 수 있는 선수이며,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정확한 슈팅으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레벨로 올라선 플레이어다. 머리와 눈의 속도가 공의 스피드를 쫓아가지 못했다면 그렇게 침착하고 정확한 슈팅은 어려웠다. 손흥민이 또 한 번 EPL과 세계 축구 팬들의 시선을 앗아갔다.

토트넘이 지난 20일 영국 세인트메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사우샘프턴과의 2020-21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라운드 원정경기에서 5-2로 크게 이겼다. 먼저 실점을 허용했으나 이후 골 세례를 퍼부으면서 역전승을 거뒀는데, 그 중심에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은 0-1로 끌려가던 전반 막판 역습 과정에서 시즌 마수걸이 득점을 성공시키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후는 손흥민을 위한 시간이었다. 후반 2분 역전골에 이어 후반 19분 해트트릭을 작성했고 후반 28분에는 4번째 득점까지 성공시키는 ‘크레이지 모드’를 발동했다.

손흥민이 EPL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15년 여름 토트넘 유니폼을 입은 손흥민은, 2017년 FA컵에서 1경기 3골을 넣은 적 있었으나 정규리그에서 해트트릭은 지금껏 없었다. 4골은 EPL 역사를 통틀어도 흔치 않은 대기록이다.

손흥민은 위르겐 클린스만(토트넘), 마이클 오웬(리버풀), 티에리 앙리(아스널), 프랭크 램파드(첼시), 웨인 루니(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모하메드 살라(리버풀) 등 쟁쟁한 골잡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됐다. 또 한 번 전설들이 소환됐다.

손흥민은 지난해 12월 번리와의 경기에서 소위 ’70m 질주 후 원더골’을 터뜨리며 큰 반향을 일으킨 바 있다. 운동장 거의 끝에서 끝까지 달리며 상대 수비수 6~7명을 추풍낙엽 쓰러뜨렸던 당시 득점은 마라도나와 조지 웨어 등 전설들의 득점들과 비교되면서 2019-20시즌 각종 ‘올해의 골’ 수상을 독점했다.

그랬던 손흥민이 또 다시 확실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마침 팀에 이름값을 자랑하는 공격수가 새로 가세하는 타이밍에 나온 것이라 더 가치 있다.

토트넘은 사우샘프턴과의 경기를 앞둔 바로 그날 측면 공격수 가레스 베일(웨일스)과 수비수 세르히오 레길론(스페인)의 동시 영입을 공식 발표했다. 아무래도 스포트라이트는 레알 마드리드의 계륵으로 전락한 베일의 컴백이다. 2013년 토트넘을 떠나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했던 베일은 7년 만에 다시 친정 팀으로 복귀하게 됐다. 1년 임대 조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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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홈페이지>

베일이 가세하면서 토트넘 공격진은 변화가 불가피하다. 아무리 지단 감독의 눈밖에 나면서 레알 마드리드에서는 ‘돈 축내는 베짱이’로 전락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명성과 능력을 갖춘 선수다. 대중이 모르는 ‘유리몸’ 징후가 숨어 있지 않다면, 몸에 부상이 없는 상태라면 공격진 한 자리는 베일 몫이라 보는 게 맞다.

손흥민과 유사한 날개 공격수다. 하지만 손흥민과 자리가 겹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많은 현지 언론들은 해리 케인과 손흥민 그리고 베일이 새로운 삼각편대를 이룰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축구 팬들이 많이 거론하는 이른바 ‘좌 흥민-우 베일’ 배치다. 손흥민 입지에 흔들림은 없겠으나 ‘비중’이라는 측면은 다를 수 있다.

베일은 몇 년 전까지 만해도 세계 톱클래스 윙어로 분류됐다. 만약 모리뉴가 ‘이름값’에 가산점을 더 부여해 이들의 공격 비중을 높이는 전술을 플랜A로 삼고 있다면 손흥민은 궂은일을 맡아야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할 수 있다. 지난해 막바지 토트넘이 승점에 급급할 때 마치 손흥민이 윙어가 아닌 윙백처럼 수비했던 것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다.

하지만 사우샘프턴에서 보여준 공격력과 결정력을 떠올린다면, 모리뉴 감독도 무작정 베일의 손을 들어주긴 힘들 전망이다. 현지 언론도 비슷한 견해를 내놓았다.

영국의 토크스포츠는 21일, “누가 상상했겠나. 전반전 45분까지 토트넘은 0-1로 뒤지고 있었고 그들에게는 어둠의 그림자가 드리우는 듯 했다”고 초반 분위기를 설명한 뒤 “하지만 후반전이 지난 뒤에는 손흥민과 케인의 활약 속에 5-2로 승리했다. 대한민국의 공격수는 4차례나 골을 넣었고 잉글랜드 캡틴은 매번 유사한 장면으로 어시스트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과정을 상세히 설명한 매체는 “누가 가레스 베일을 필요로 할까?”라는 의미심장한 문장을 달았다. 실력으로 무언의 시위를 펼친 모양새가 됐다. 빅네임이 팀에 가세하기 직전 아주 중요한 타이밍에 확실히 존재감을 보여준 손흥민이다.(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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