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연성 강조한 ‘재정준칙’ 28~29일 발표…맹탕 논란 피하기?

이른바 ‘확장재정의 족쇄’로 불리는 재정준칙을 발표하는 시점이 추석 연휴 직전으로 잡혔다. 유연성을 강조한 나머지 ‘맹탕’으로 만들었다는 비판이 벌써부터 제기되면서 연휴에 업혀 논란을 피해가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재정준칙을 만드는 시점이 늦어지면서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을 따를 이유가 없게된 상황이다.

21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내주 중 재정준칙을 법제화하는 내용이 담긴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추석연휴 바로 전날인 오는 28, 29일이 유력하다. 우선, 발표 시점을 연휴와 맞물리게 잡은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된다. 벌써부터 ‘유연성’을 핵심으로 한 재정준칙에 비판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추석에 쏠리는 때 재정준칙을 기습 발표한다면 “‘있으나 마나’한 고무줄 준칙”이라는 비판은 금세 사그라들 수 있다. 반대로 정부가 재정준칙 법제화를 홍보하려 했다면 다른 이슈와 겹치지 않게 일정을 조정했을 것이다.

이달 초 장기재정전망을 국회에 제출할 때 함께 발표할 수 있었지만 일부러 시기를 늦췄다. 기재부 관계자는 “올해 장기재정전망을 국회에 처음으로 의무 제출하다보니 시간을 두고 재정준칙을 발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문 정부를 보호하려는 의도도 있다. 이달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발표되더라도 40일 간의 입법예고와 규제개혁, 법제처 체계 심사,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야 한다. 국회로 법안이 넘어가는 시점은 빨라야 오는 12월이 될 수 밖에 없다.

내년 중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재정준칙이 처음 적용되는 것은 2022년 예산 편성부터다. 그 해 5월에는 대선이 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는 재정준칙을 지킬 필요가 없는 셈이다. 부담은 온전히 다음 정부의 몫이다. 만약 연내 재정준칙을 도입하려는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 6월에 입법예고에 들어갔어야 했다. 앞서 홍남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지난 6월 21대 국회 첫 기획재정위원회에 출석해 8월 중 재정준칙을 내놓겠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재정준칙은 총지출, 채무비율 등에 관해 상한선을 두고 준수하게 하는 기준을 말한다. 여론 압박에 못이겨 도입을 추진하지만 확장재정을 쓰려는 현 정부에겐 걸림돌일 수 밖에 없다.

물론 국회로 넘어가더라도 내년 중 법 통과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우선 여당은 재정준칙 자체를 반대한다. 최근 기동민, 박홍근 민주당 의원은 “정치적 논쟁을 부르고 국가적 역량을 저해할 우려가 있어 철회해야 한다”고 밝혔다. 야당은 반대로 엄격한 재정준칙 도입이 필요하다며 4건의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정부가 추진 중인 유연한 재정준칙과는 방점이 다르다.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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