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백신 접종중단 예고된 사태…코로나19+독감 ‘트윈데믹’ 어쩌나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인플루엔자(독감) 백신 무료 예방접종이 전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는 결과적으로 저가낙찰과 촉박한 일정, 당국의 관리소홀 등이 중첩된 예견된 인재라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단순히 표면적인 유통 과정상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이다. 최근 질병관리청 승격과 보건 2차관 신설 등 대대적으로 외형을 키운 보건당국 입장에서는 할 말이 없어진 셈이다.

[헤럴드DB]

23일 질병관리청과 의료계 등에 따르면 보건당국은 증상이 비슷한 '코로나19'와 독감이 한꺼번에 유행하는 이른바 ‘트윈데믹(twindemic)’을 막기 위해 독감백신 무료접종 대상을 크게 늘리면서 백신 공급을 너무 촉박하게 추진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코로나19 방역 혼란을 막겠다며 백신 무료접종 대상을 크게 늘리면서 정작 백신 공급단가를 올리지 않아 부실 배송을 자초했다는 얘기도 들린다. 실제로 올해 독감 백신 유통업체 선정은 두 달에 걸쳐 4차례 유찰 끝에 5차에서 겨우 낙찰됐다. 정부가 무료접종 백신을 3가 백신보다 더 비싼 4가 백신으로 바꾸면서 입찰단가는 크게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제시한 조달 입찰가는 8740원으로 시중 가격에 턱없이 못 미친다. 올해 서울의료원 및 서울시 산하의료기관 4가 백신 입찰가만 해도 1만800원이다.

이에 여러 유통업체가 입찰에 나섰지만 제약사가 공급에 응하지 않았다. 신성약품이 처음으로 정부의 독감 백신 물량 유통사업에 참여한 것도 저가낙찰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접종 시작을 불과 한 달 앞둔 8월에야 업체가 결정되면서 촉박한 일정을 맞추려다 위탁업체 관리·감독 부실이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건당국은 앞서 만 13~18세 어린이와 만 62세 이상 어르신 일부를 대상으로 한 독감 백신 무료접종을 하루 앞둔 21일 오후 백신을 제약회사에 받아 전국의 각 병의원으로 전달하는 유통업체인 신성약품이 적정 냉장온도(2~8도)를 제대로 유지하지 않았다는 신고가 접수되자 조사에 착수, 신성약품이 위탁한 업체가 백신이 담기 상자를 옮기면서 한동안 상온에 노출시킨 정황을 일부 확인했다.

신성약품이 공급하는 물량은 국내 총 공급물량 2964만 도즈(1회 접종분) 가운데 국가 확보 물량 전량인 1259만 도즈다. 신성약품에 의해 21일까지 500만 도즈가 각 지역 의료기관으로 공급됐다. 유통업체의 운송과정 상 실수로 드러나고 있지만 보건당국은 관리책임에서 벗어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이 업체가 이미 공급을 마친 500만 도즈 중 일부 샘플을 뽑아 2주간 배양검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샘플 검사에서 백신에 문제가 없는 것이 확인되면 곧바로 무료접종을 다시 시작하고 남은 국가 물량에 대해 새로운 배송업체를 선정할 계획이다. 하지만 백신이 변질된 것으로 확인되면 폐기할 수 밖에 없어 추가 물량 확보 등의 문제가 빚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보건당국의 ‘트윈데믹’ 억제 계획 자체가 틀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올해 독감 백신 무료 접종 대상자는 생후 6개월~만 18세 소아·청소년과 임신부, 만 62세 이상 어르신 등 총 19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37%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13~18세 대상 접종 물량에서 유통 과정상의 문제가 발견되면서 해당 백신의 정상적인 공급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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