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2년 만에 종전선언 제기…또다시 평화 입구 노크

문재인 대통령은 23일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기하면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청와대 제공]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멈춰선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을 위한 카드로 다시 ‘종전선언’을 빼들었다.

문 대통령은 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5차 유엔총회 영상 기조연설에서 “종전선언이야말로 한반도에서 비핵화와 함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올해는 한국전쟁이 발발한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한반도에 남아있는 비극적 상황은 끝낼 때가 됐다”며 “이제 한반도에서 전쟁은 완전히, 그리고 영구적으로 종식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종전선언을 통해 화해와 번영의 시대로 전진할 수 있도록 유엔과 국제사회도 힘을 모아주길 바란다”고 호소했다.

문 대통령이 유엔총회 무대에서 종전선언을 언급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에 화해무드가 조성되고 남북정상회담과 북미정상회담이 이어진 지난 2018년 이후 2년만이다.

2년 전 한국은 남북정상이 평양공동선언에서 합의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연내 서울 답방과 맞물려 종전선언을 기대했다.

그러나 북미 간 비핵화와 제재 완화를 비롯한 상응조치를 둘러싼 기싸움이 길어지면서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2차 북미정상회담도 이듬해로 넘어가는 바람에 실기하고 말았다.

문 대통령이 다시 종전선언 카드를 꺼내 든 것은 북미협상은 물론 남북대화마저 단절된 장기 교착국면이 지속되고 있는 마당에 이를 통해 한반도 평화프로세스의 입구를 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 정전체제에서 벗어나 종전선언이 이뤄진 한반도가 비핵화 협상에도 훨씬 유리하다는 판단이 내포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종전선언이 비핵화와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체제의 길을 여는 문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특히 마지막 냉전체제가 남아있는 한반도에서 종전선언을 출발점으로 한 평화체제는 동북아 다자안보체제로 대변되는 동북아 평화와 연결되고 나아가 전세계의 포용성이 강화된 국제협력의 밑거름이 될 수 있다는 문 대통령의 철학과도 맞닿아있다.

이와 관련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한반도의 평화는 동북아시아의 평화를 보장하고 나아가 세계질서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면서 “그 시작은 평화에 대한 서로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한반도 종전선언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신대원 기자 /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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