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준비 안된 소송개혁…실제 입법까지는 ‘산넘어 산’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안대용·김진원 기자] 법무부가 집단소송제를 도입하겠다며 입법예고 계획을 밝혔지만 실제 시행까지 ‘산 넘어 산’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민사 사건에도 국민참여재판을 적용한다는 내용이 포함됐지만, 배심원 운영 등에 인적·물적 준비가 필요한데도 당사자인 대법원 법원행정처와 전혀 논의되지 않아 실무상 여건을 처음부터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법무부는 28일 집단소송 확대 등을 골자로 한 집단소송법 제정안을 입법예고할 예정이다. 이 법안대로라면 법원의 집단소송 허가 결정이 있는 1심 사건은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으로 정해진다. 다만 대표당사자가 국민참여재판을 원하지 않거나, 배심원에 대한 신체·재산 침해 우려 등에 따라 국민참여재판 배제결정이 나면 열리지 않는다.

집단소송제에 국민참여재판을 도입하는 방안에 대해선 법원 내에서도 반대 의견이 나온다. 형사 사건과 성격이 다른 민사 사건에 배심제를 적용하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사법정책 연구 경력이 많은 한 고등법원 부장판사는 “민사 배심제도는 전 세계적으로 폐지하고 있다”며 “민사 사건의 경우 방대한 양의 전문 서류를 검토해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배심원들이 이를 검토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 부장판사는 “영국이 배심제도를 처음 만들었는데 민사배심제도를 폐지했다”며 “미국에서도 전문성이 필요한 경우 형사 배심재판도 축소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실무상 ‘소송 개혁’에 가까운 변화가 이뤄지는데도 법원과 관련 논의가 사전에 전무했다는 점도 실제 도입까지 난관을 예고하고 있다. 배심원 운영에 필요한 인적·물적 준비와 제도 안착을 위한 시뮬레이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법원 관계자는 “(형사 사건에서만 진행되고 있는) 국민참여재판 예산은 현재 25억 정도”라며 “인원은 지방법원 재판부로 분산되어 있고, 국민참여재판만 담당하는 것도 아니어서 인원은 산출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국민참여재판 성과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8년까지 국민참여재판 대상 사건 16만3824건 중 3.9%인 6366건에 국민참여재판이 신청됐다. 이 중 실제 진행된 사건은 2447건으로 집계됐다. 민사 사건의 경우 형사 사건보다 압도적으로 사건 수가 많다. ‘2019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8년에 접수된 민사본안 1심 건수는 95만9270건, 형사 1심 건수는 24만244건이었다. 또 집단소송제 도입 직후 집단소송 제기 자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이를 고려한 예산 및 인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다만 ‘한국형 디스커버리 제도’로 불리는 소송 전 증거조사 제도 도입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나온다. 피해자들이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문제점을 해소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이 제도의 경우 바로 시행이 가능하고, 법원의 사실관계 정리 부담이 덜어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일각에선 이 제도 시행시 기업비밀이 유출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제기하지만, 미국 등에서 이미 널리 활용되고 있어 한국의 상당수 기업들이 이미 준비가 돼 있는데다가 민사소송법, 특허법 등으로 영업비밀 보호가 가능하다는 반론이 나온다.

d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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