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연예가중계 변주곡’ 연중라이브는 실험중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KBS ‘연예가중계’가 35년을 하고 끝났다. 오래 하다 보니 노하우들은 많이 쌓였는데, 스타일 면에서 노후하다는 느낌을 주는 건 어쩔 수 없다. 장수 프로그램의 숙명이다. 그 노하우는 계속 살리면서 지금 시대에 맞게 변주하려고 하는 게 ‘연예가중계’의 리뉴얼 프로그램인 ‘연중라이브’다.

그러다 보니, 대중문화 예술인과 스타들을 만나 좀 더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누며 올바른 정보 전달과 방향을 제시한다는 방향성이 생겼다.

이를 위해 새로운 코너들이 많이 생겼다. 〈기억의 방〉〈연중챌린지〉〈배달의 연중〉 〈연중집들이〉〈연중플레이리스트〉〈연중백스테이지〉〈모셔다드립니다〉〈연중이슈〉 등이다.이 중에는 참신하고 차별화된 코너도 있지만 제목만 살짝 바꾸고 덧칠한 코너도 있다.

사실 지상파에서 연예정보프로그램들은 몇년전부터 없어지는 추세였다. 방송환경과 트렌드, 플랫폼 생태계가 바뀌면서다. 남아있던 연예정보 프로그램들은 조금씩 변화해왔지만, 그 뉴스들이 인터넷에 많이 노출되다보니, 일주일에 한번 방송해서는 속도나 정보를 따라가기가 어려워졌다.

그래서 이휘재와 이현주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연중라이브’는 휘발성 뉴스보다는 분석, 토론 위주로 다뤄보자고 지난 7월 출발했다. ‘연예뉴스’ 보다는 좀 더 깊은 이슈를 다뤄보자면서 평론가들이 나와서 토론을 하는 ‘연중이슈’는 좀 더 자리를 잡으면 차별화를 달성할 것으로 보였다. 그런데 코너가 갈수록 약화되는 듯하다. 이것은 시청률 때문일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제작진이 고민을 하는 듯하다. 시청자가 팝콘처럼 즐길 수 있는 가벼운 뉴스를 원하는지를 실험중이다.

요즘은 코로나19 환경으로 영화, 드라마, 음악의 제작발표회가 없어지거나 온라인 형태로 바뀌었다. ‘연예가중계’때부터 상징 같은 게릴라 데이트도 불가능해졌다. 만나기 힘든 할리웃 스타도 생생하게 인터뷰를 하지 못하게 됐다. 언택트로 화면을 잡다보니 한계가 생겼다. 인터뷰가 강점인 ‘연중’만의 차별점을 살리기 힘들게 됐다.

이에 따라 ‘연중 집들이’ ‘기억의 방’ 같은 기획물로 차별화를 겨냥했다. ‘기억의 방’의 1회 최수종편은 과한 기획물이 됐다. 제작비와 수고에 비해, 가성비는 떨어졌다.

연중 집들이 코너에서 조우종 아나운서-정다은 아나운서 부부 집을 공개했는데, 과거 같으면 괜찮은 기획이지만 이제 이런 게 별로 궁금하지 않다. 이미 집에 관한 프로그램들도 많고 SNS에도 셀럽들의 사적인 공간 등 일상을 리얼하게 공개하고 있는데, 안방 최초 공개라는 건 요즘 상황에서 맞지 않다.

이런 코너를 유지한다면, 셀럽들의 집들이를 라이프 스타일, 문화 차원에서 조금 더 깊이있고 차별화된 접근을 시도해야 할 것 같다. 그 점에서 김성은의 ‘정리 끝판왕’, 모델 송경아의 ‘인테리어 끝판왕’편은 좋았다.

‘연중챌린지’에서 영화 ‘반도’ 주인공 3 명에 대한 인터뷰는 그렇고 그런 대화였다. 유일한 특징인 챌런지는 영화 포스터 따라하기로 사진찍는 미션이어서 아쉬움을 남겼다. ‘강철비2’의 정우성, 곽도원,유연석 인터뷰도 마찬가지다. 정우성에 대한 잘생긴 얘기, 서로 얼마나 친해졌나를 물어보는 인터뷰는 별 의미가 없다.

박지원 아나운서가 진행하는 ‘모셔다드립니다’ 코너는 김응수가 나와 꼰대테스트를 하고 신조어 대결을 했다. 굳이 리무진까지 동원해 부산을 떨 필요까지는 없었다.

연예정보라는 게 새로 나오는 영화, 드라마, 예능, 음악을 다루면 비슷할 수밖에 없다. 지금은 그 어느때보다 무엇을 보다는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전달할 것이냐가 중요한 때다. 스타와 작품을 전달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좀 더 필요하다.

하지만 호러물의 레전드 ‘전설의 고향’ 변천사는 드라마의 원천 소스의 보고로, KBS만이 할 수 있는 차별된 기획이었다. 자극성이 없어도 기획력 하나만으로 승부해 성공한 케이스다. 노현희가 실제로 (동물) 간을 먹어 리얼리티를 높였다는 얘기부터 박민영이 가장 트렌디한 첨단 구미호로 거듭나는 모습까지 볼거리와 이야깃거리들이 많았다.

그럼에도 ‘연중라이브’는 재미를 집어넣으려는 것 같다. 셀럽 집을 찾아가고, 인터뷰를 하면서 농담을 던지고 게임을 해서 재밌게 만드려고 한다.

‘연중집들이’를 정보프로그램으로 만들면 시청률이 안 올라갈까봐 리얼리티를 섞는다. 하지만 간혹 억지 리얼리티가 될 수 있다.

예능과 정보성, 어느 쪽을 더 강화해야 되는지를 물어봐야 한다. 예능을 중시하는 건 단기승부다. 오래 가려면 정보가 더 중요하다. 물론 정보는 있는 정보 그대로의 나열이 아니다. ‘연중라이브’만의 시점과 관점, 해석이 담겨야 한다.

‘연중라이브’도 ‘연예가중계’처럼 롱런하려면 시청률을 목표로 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면 기존의 연예정보 프로그램이 했던 선정성이 그대로 나올 수 밖에 없다. 이런 걸 넘어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려면 실험과 도전을 할 수 있게 좀 더 길게 지켜봐줄 수 있어야 한다.

또 현재 편성시간인 금요일 8시반은 프라임 타임으로 연예정보프로그램이 고전할 수 있는 전장이다. 편성시간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아예 평일 오전 11시대나 저녁 7시대, 프라임 타임대를 비켜서 살려나갔으면 한다.

지피지기(知彼知己, 상대를 알고 자기를 알아야)라는 말을 ‘연중라이브’에 적용해보자. 여기서 ‘피’(彼)는 지상파 방송국들이 아니고, 새로운 플랫폼, 유튜브, OTT, 모바일 앱으로 보는 영상물 등이다. ‘연중라이브’가 존속하려면, 유튜브 시대에 맞는 기획물을 지상파로 선보이면서 높은 신뢰감을 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 이왕이면 좀 더 젊은 색깔로 제작됐으면 좋겠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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