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관 후보에 ‘보수’ 배럿…오바마케어 다시 심판대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 고(故)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연방대법관의 후임으로 지명한 에이미 코니 배럿(48) 제7연방고법 판사는 미국 법조계에서도 손꼽히는 보수성향 인물이다.

2017년 현 직위인 연방고법 판사에 오른 배럿은 2018년 캐버노 지명 당시에도 최종 대법관 후보에 이름을 올린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배럿을 긴즈버그 대법관 후임으로 예약해뒀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긴즈버그 타계 직후에도 배럿이 매우 존경받는 인물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하고 지난 21일 그를 직접 면담하면서 일찌감치 지명 1순위로 거론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닐 고서치, 브렛 캐버노를 연방대법관에 앉힌 데 이어 이번이 3번째 ‘보수 대법관’ 지명이다.

도널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열린 연방대법관 후보 지명식에서 에이니 코니 배럿 후보를 소개한 후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스]

배럿은 낙태 반대론자이며,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지지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상원 인준 표결을 통과한다면 연방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9명 중 보수 성향이 6명을 차지하게 된다.

1972년 루이지애나주 뉴올리언스 태생인 배럿은 로드스 컬리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고, 노터데임 로스쿨을 수석졸업했다. 노터데임 법대 교수를 역임하면서 2006년과 2016년 두 차례에 걸쳐 올해의 교내 법학교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대선을 코 앞에 둔 시점에서 배럿을 지명한 데 대해 민주당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오바마케어 때문이다. 건강보험개혁법인 오바마케어는 2012년 대법원으로부터 합헌 판결을 받았다. 보수성향임에도 합헌 의견을 낸 존 로버츠 대법원장의 역할이 결정적이었다. 당시 배럿은 로버츠 대법원장을 비판했었다.

연방대법원은 대선 직후인 11월 10일 트럼프 대통령이 폐지를 공약한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소송 심리를 진행한다. 배럿이 대선 전 인준되면 그가 다루게 될 첫 이슈가 될 수 있다. 대법원이 오바마케어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리면 민주당이 집권하더라도 정책집행이 어렵게 될 수 있다.

CNN은 "민주당과 진보층은 배럿이 낙태 권리를 후퇴시키고 오바마케어를 무효화할 수 있다고 우려하면서 인준을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은 그간 수정헌법 2조의 총기 소지 권리와 이민, 낙태에 대한 보수적 입장을 견지해왔다. 배럿은 작년 총기를 금지하는 것은 수정헌법 2조를 2차적 권리로 다루는 것이라는 취지로 비판했다. 지난 6월에는 신규 영주권 신청자들에 대한 불이익이 담긴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판결과 관련해 반대 의견을 냈다. 당시 배럿은 트럼프 행정부의 법 해석이 부당하지 않다며 옹호했다.

전국적인 낙태 합법화를 가져온 1973년 연방대법원의 '로 대(對) 웨이드'(Roe vs. Wade) 판결을 뒤집는 데 앞장설 지도 관심이다. 이 판결은 여성이 임신 후 6개월까지 중절을 선택할 헌법상 권리를 인정했다. 배럿은 아이티에서 입양한 2명을 포함해 모두 7명의 자녀를 두고 있다.

홍성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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