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현정의 현장에서] 소상공인 울리는 정부의 ‘週단위 변덕’

한 달여 전 후배의 결혼식 참석을 포기했다. 결혼식은 공교롭게도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작되던 8월 30일. 50명으로 하객이 제한돼 가족만 모였다고 한다. 같은 날 아웃렛에 갔다는 지인이 찍은 사진은 눈을 의심하게 했다. 매장은 족히 70명은 되는 고객들로 빼곡했다. 결혼식장과 달리 도소매 매장은 인원제한이 없었다. 이해가 잘 안 된다. 결혼식장은 이야기를 나누고 음식을 먹는 등 유통매장과는 성격이 다르긴 하지만 실내에 많은 이가 모였다는 점에선 그 본질이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지침 곳곳에 구멍이 많다는 느낌은 기자만의 의구심일까.

이런 아이러니는 소상공인 단체도 수차례 지적했다. PC방 운영업주들은 “자리마다 칸막이가 있고, 손님 간 대화가 없는 업종이 왜 고위험군이냐”며 항의했다. 공부하는데 특화된 스터디카페도 마찬가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주기적인 방역과 띄어앉기 하면 될 일을 영업금지까지 했다는 불만이다.

집합금지업종은 주 단위로 영업 가능 여부를 ‘선고받는’ 고충까지 겪었다. 지난 한 달 동안 방역 단계는 일요일 오후 정부 브리핑을 통해 통보됐다. 알바생을 다시 부를지, 식음료 자재 발주 여부 등을 영업일 직전에나 확인할 수 있었다. 거리두기 단계 지정 기준을 명확히 해두거나 상황 변화가 생기더라도 한 달여 일정을 미리 정해놨다면 업주들이 마음의 준비라도 했겠다. 최소한 대출이자라도 낼 수 있게 알바 자리라도 알아봤을 것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일주일 단위로 속 끓이는 와중에 3단계부터 2.25단계까지 참 다양하게도 언급됐다. 정부로선 유연한 대처라 할지 몰라도 소상인들에겐 그저 변덕으로 보였다. 하루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삶으로 내몰린 나날들이었다.

소상공인은 제조업의 경우 근로자 10명, 서비스업은 5명 이하 규모를 말한다. 규모는 영세할지언정 그들의 정신까지 영세하지는 않다. 오히려 영세한 것은 일관성도, 비전도 없이 주먹구구로 버텨온 정부였다. 올봄 코로나19가 글로벌 팬데믹으로 번질 때부터 올해 안 백신 개발 등 뚜렷한 해결책은 불가능하다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각종 국제기구부터 투자은행까지 이런 전망을 뒷받침하는 와중에 정부는 하반기 위기대책을 어떻게 짜왔는지 궁금해진다.

상반기는 위기가 급습해 체계적인 대응이 어려웠을 수도 있다. 그러나 하반기는 이와 다르다. 몇 달간의 경험과 세계 각국의 사례가 누적됐다. 장기전이 될 것이란 예상은 전문가를 넘어 삼척동자도 하고 있다. 그런데도 대처 방식은 상반기와 큰 차이가 없다. 결국 매일 확진자 수를 보며 일희일비했을 뿐이다. 중장기 대책이 없다는 것은 작위의무를 다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다.

이제 백신이 나오더라도 일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내년 말에나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따른 중장기 대책이 1, 2단계로 마련되고, 그 내용은 경제 주체들과 공유해야 한다. 언제까지 추경을 끌어다 지원하는 ‘땜질식 처방’만 반복할 셈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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