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영길의 법조 레프트훅] 윤석열 장모 사건 ‘재판만 10번’…다시 점화된 이유는

2019년 7월 청와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직후 악수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좌영길 기자]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사건이 또다시 회자되고 있습니다. 장모 최모씨와 동업자였다가 17년간 법적 분쟁을 벌여온 정대택 씨가 최근 검찰에 출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입니다.

정씨는 윤 총장의 장모와 부인이 자신을 상대로 소송사기를 벌여 수십억 원의 돈을 주지 않았고, 자신이 고소한 사건은 부당하게 불기소 처분이 됐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씨는 이미 십수년 전부터 윤 총장이 부당하게 사건에 개입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합니다. 과연 정씨가 주장하는 사건의 내용은 뭘까요. 그리고 실제 윤 총장의 장모와 부인이 처벌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요.

채권 투자에 돈 댄 윤석열 장모…정대택의 ‘절반 나누자’ 약정 진실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 최모씨와 부인 김건희씨를 고소·고발한 사업가 정대택씨가 지난 9월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고소·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청사로 들어서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대택 씨의 주장이 받아들여지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이미 정씨는 윤 총장의 장모 최씨와의 분쟁 과정에서 무고와 명예훼손 등으로 수년간 반복해서 처벌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가 자신의 주장을 입증할 증인으로 내세운, 이미 작고한 법무사 백모씨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1,2심에서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정씨가 문제삼는 사건은 서울 송파구 소재 부동산에 대한 150억원대 채권을 저가로 낙찰받은 사안입니다. 윤 총장의 장모가 ‘잔고증명서 위조’건으로 기소된 것과는 별개의 사건입니다. 최씨는 여기서 자금을 댔는데, 정씨는 여기서 생기는 이익의 절반을 자기가 가져가는 것으로 약정이 돼 있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정씨는 형사처벌을 받습니다. ▷은행에 ‘152억 채권액 중 50%의 권리는 정대택에게 있다’는 허위 내용증명을 보내 최씨의 신용을 훼손한 혐의 ▷최씨에게 ‘계약금 10억원을 잃기 싫으면 수익금을 반반으로 나누고 약정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강요한 혐의 ▷근거없는 소명자료로 소송을 제기해 돈을 받아내려고 시도한 혐의가 골자입니다.

정씨의 주장이 사실이려면 법원 판단도 모두 잘못된 것이라야 합니다. 정씨가 처음 법원에서 강요 등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것은 2004년 11월입니다. 이 시기 윤 총장은 평검사에 불과했고, 법원 부장판사에게 영향력을 행사해 결론을 바꿀 정도의 힘은 당연히 없었습니다. 게다가 윤 총장이 결혼한 것은 2012년입니다.

정씨는 2005년 최씨를 무고한 혐의로 집행유예를, 2006년에도 3건의 사건을 병합해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2006년에는 정씨가 내세운 증인 백모씨도 1,2심에서 모두 실형을 선고받습니다. 법무사 백씨는 오히려 윤 총장의 장모에게 ‘검찰 계장에게 인사를 해야 하니 200만원을 달라’고 요구해 돈을 받아낸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습니다. 검찰을 좌지우지할 수 있다면 검찰 공무원에게 인사비를 건넬 필요가 있었을까요.

정씨 주장 사실이려면…10차례 재판 모두 조작된 것이어야
대법원 중앙홀 전경

2012년, 정씨는 백씨의 진술이 바뀌었다고 주장하며 반전을 꾀합니다. 문제의 약정서를 쓰지 않았다고 했던 백씨가 진술을 번복해 사실은 최씨에게 매수당해 거짓말을 했다고 말을 바꿉니다.

정씨는 백씨의 증언이 바뀌었다는 사유로 재판을 다시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법원에 재심을 신청합니다. 하지만 법원은 재심사유가 없다고 판단했고, 2013년에는 대법원도 재심할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최종 결정합니다.

정대택씨는 인터넷에 최씨가 고위직을 매수했다는 주장을 하다가 2015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7년에는 '약정서가 변조된 사실이 없다'고 증언한 김모씨를 위증혐의로 고발했다가 무고죄로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2017년에는 최씨와 김씨가 자신에게 누명을 씌웠다는 인터넷 글을 유포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습니다.

이쯤 되면, 윤 총장 혹은 그의 장모 최씨는 대법원 재심 기각 결정을 포함해 총 10차례 이상의 재판에서 조작을 시도하고 성공해야 합니다. 물론 윤 총장은 3건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대부분의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 동안에는 미혼이었습니다. 대법관 4명을 포함해 수십명의 법관이,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사업가의 예비사위를 위해 사건을 조작하는 것은 실제 있기 어려운 일입니다.

검찰총장 인사검증 땐 ‘패스’… 공소시효 지난 지금 오히려 주목
윤석열 검찰총장이 2019년 7월 25일 청와대에서 열린 임명장 수여식 후 열린 환담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연합]

정씨의 주장은 지금 와서 새삼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주장이 맞다면 윤석열 총장이 평검사 시절부터 사건을 무마하고, 법원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부당하게 정씨를 반복해서 처벌하도록 한 것이고, 초대형 법조 게이트로 비화할 수 있는 사안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심각한 사안은 검찰총장 인사검증 과정에서 청와대도, 국회도, 언론도 크게 문제삼지 않았습니다. 이미 10차례에 걸친 법원 판결로 정씨의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점이 확인됐기 때문입니다. 만약 이 사안이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검찰총장 인선 실패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합니다. 정씨가 언론과 법조계에 억울함을 호소한 것은 이미 오래된 일입니다. 그동안 달라진 점은 딱 하나, 검찰이 청와대를 향한 수사를 벌이면서 사이가 틀어졌다는 점입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최근 정대택씨와 변호인을 불러 고발 배경 등을 조사했습니다. 공소시효가 지났고, 수차례 법원 판결이 반복된 사안이지만 검찰이 이 사건을 손에 들고 있는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추미애 법무부장관 취임 이후 윤 총장의 검찰 내 위상이 어떻게 변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합니다. 더불어민주당은 논평을 내고 ‘조국 일가 수사 때처럼 자신의 가족에게도 수사 역량과 수사의지가 총동원될 수있도록 해달라’고 주문했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윤 총장의 인사검증 책임자는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이었던 조국 전 장관입니다.

〈정대택씨 관련 사건 선고결과들〉

▶서울동부지법, 2004.11.29 정대택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 선고

1)한국저축은행에 ‘근저당권부 채권액 152억원중 50%의 권리는 정대택에게 있다’는 허위내용의 증명우편을 발송해 최씨의 신용훼손

2) 최씨에게 ‘계약금 10억원을 날리기 싫으면 수익금을 반반으로 나누기로 하고 약정서에 도장을 찍으라’고 협박해 약정서에 날인을 받아 강요.

3)2003.11.21. 강요로 날인받은 약정서를 소명자료로 첨부해 수익금과 지급을 구하는 소송 제기

▶서울동부지법, 2005.4.20. 정대택에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근저당권부 채권 양수도 관련 약정서에 최씨가 자필로 기재한 주민등록번호, 인영 등을 지우는 방법으로 위조했다’고 고소함으로써 무고한 혐의

▶서울동부지법, 2005.9.16. 정대택에 징역 1년 선고.

1)2003.11.16. ‘국세청에 재산형성 과정에 대해 질의하겠다’, ‘최씨의 사업장에서 집회를 하겠다’는 내용의 통고서를 최씨에게 보낸 혐의

2)2003.3.22. 최씨에게 ‘집 앞으로 가서 데모를 하겠다’고 말해 협박한 혐의

3)2004.9 최씨가 강요 등 사건에서 ‘약정서를 변조한 사실이 없다’고 위증한 내용으로 고소해 무고한 혐의.

▶서울동부지법, 2006.3.30. 정대택에 징역 2년 선고

1심 선고받은 3건 병합, 항소심 선고

▶서울동부지법, 2006.3.22. 법무사 백모씨에게 징역 3년 선고.

1)2004.3.1. 근저당권부 채권 양수도 과정에서 정대택을 강요죄 등으로 고소한 사건에서 각종 법률적 조언을 해주고 합계 2억원을 최씨로부터 지급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

2)최씨에게 탈세사건과 관련해 검찰청 계장에게 인사비가 필요하다며 200만원을 건네받은 변호사법 위반 혐의

▶서울동부지법, 2006.7.13. 백모씨 항소심에서 징역 2년 선고.

▶서울동부지법, 2012.1.18. 정대택에 벌금 1000만원 선고.

1)최씨가 자신을 강요죄 등으로 무고했다는 고소장을 제출해 무고한 혐의

2)최씨가 약정서를 변조해 본인을 무고했고, 자녀를 검찰 고위층에 접근시키고 돈으로 매수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인터넷 카페에 게시한 혐의

▶서울동부지법, 2015.8.20 정대택에 벌금 1000만원 선고. 2012년 사건 항소심

▶서울동부지법, 2017.1.12. 정대택에 징역 1년 선고.

1)2008년 10월 김모씨가 ‘약정서가 변조된 사실이 없다’고 위증했다는 이유로 고소해 무고한 혐의

2)2012년 11월 최씨와 김씨가 ‘정대택에게 강요죄 등으로 누명을 씌웠다’는 글을 인터넷 카페에 게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

▶서울동부지법 2017.10.20 항소심도 징역 1년 선고

▶서울동부지법, 2012.9.27 백모씨 진술번복을 근거로 한 재심신청 기각. (대법원, 2013.9.30 재항고 기각)

jyg97@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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