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집값 올라 소득격차 줄어드나 했는데…코로나19로 ‘헛일’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 미국의 계층간 소득격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이 닥치기 전까진 확장을 멈추는 추세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하위 소득자가 가진 주택 가격이 오른 게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고질적인 인종 간 부의 불평등은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미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8일(현지시간) 내놓은 ‘2019 소비자 금융 조사’에선 이런 흐름이 포착됐다.

중위 가구 소득은 2016~2019년 5% 늘어 5만8600달러(약 6856만원)로 집계됐다. 소득 증가는 2008년 금융위기 회복에서 소외됐던 흑인, 35세 이하 젊은층, 비(非)대졸자 등의 계층에서도 이뤄졌다. 연준은 “이런 변화는 이 기간 동안 소득 분배의 차이가 줄어든 것과 일치한다”고 설명했다.

소득 상위 20%를 제외한 상당수 가계가 최근 3년간 자산이 늘었다. 중위 가구 순자산은 18% 증가해 12만1700달러로 조사됐다. 하위 40%는 자산이 대략 배 가량 늘었다. 상위 20%는 10% 정도 자산이 감소했다.

[연령·인종별 주택소유비율 현황]

소득 하위층의 자산 증가는 주택가격 상승 덕분으로 나타났다. 중위 주택 가격이 19% 올랐다. 통상 13%였던 걸 뛰어 넘었다. 블룸버그는 하위 소득자의 절반이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주택 소유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주식 투자를 하는 가계 비율도 53%로 나왔다. 이전 조사 때보다 1%포인트 올랐다.

연준 측은 그러나 이날 컨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부의 불평등의 전반적인 형태는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상 최고치다. 흑인 가구의 2019년 순자산은 2만4000달러로, 비(非)히스패닉계 백인가구(18만8000달러)의 8분의 1에 불과하다.1000

연준은 ‘부의 대물림’ 때문에 부의 격차가 눈덩이처럼 불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인 가계의 40%는 지난해 유산을 받은 걸로 파악됐다. 흑인 가구의 10%, 라틴계 가구의 7%보다 월등히 높다.

백인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한 현금 동원력도 좋은 걸로 나타났다. 75% 가량의 백인이 가족이나 친구에게서 3000달러를 받을 수 있다고 했다. 흑인은 40%였다.

[인종별 유산상속 현황]

연준 조사에선 지난 50년간 최저치를 기록한 실업률과 소외됐던 근로자들의 노동시장 재진입 등으로 가계 소득이 늘었지만, 이 모든 게 올해 닥친 코로나19로 반전했다고 분석했다. 감염 확산 저지를 위한 봉쇄조처 동안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사라지고, 유색 인종과 여성 등 저임금 근로자가 특별히 큰 타격을 받았다고 했다.

갑작스런 실직 등에 대처할 수 있는 비상저축 부문도 흑인과 라틴계에선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흑인 가구는 1500달러, 라틴계는 2000달러다. 백인 가구는 8100달러였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한 경제단체 주최 행사에서 “불행하게도 미국 경제는 모두에게 같은 기회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다”며 “포용적 경제 촉진을 위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미 경제는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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