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 정용진·정유경 ‘남매경영 굳히기’

신세계그룹이 후계 승계작업을 본격화했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일부를 정용진-정유경 남매에게 증여하면어 이들이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의 최대주주가 된 것이다. 이 회장을 중심으로 한 그룹의 지배구조는 여전히 건재하지만 ‘이마트=정용진’, ‘신세계백화점=정유경’으로 확실하게 정리되며, 사실상 그룹의 계열 분리 수순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다.

▶이 회장의 통큰 ‘추석 선물’…마트·백화점 8.22% 증여=이 회장은 지난 28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보유 중인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중 각각 8.22%를 아들 정 부회장과 딸 정 총괄 사장에게 증여한다고 공시했다.

이번 증여를 통해 정 부회장과 정 총괄 사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을 각각 18.55%, 18.56% 보유하게 돼 각 계열사의 최대 주주에 올라섰다. 이 회장은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이 각각 10%로 낮아지며 국민연금(이마트 13.18%, 신세계 13.05%) 다음으로 3대 주주가 됐다.

이번 증여 규모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총 4932억원에 해당한다. 정 부회장이 받은 이마트 주식(종가 14만1500원)은 3244억여원, 정 총괄사장이 받은 신세계 주식(종가 20만8500원)은 1688억여원 가량 된다. 현행법상 증여액이 30억원 이상일 때 세율이 50%임을 고려하면, 증여세만 25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책임 경영’ 강조…정 남매 등기이사 오르나=이 회장이 지분 증여에 나선 것은 어려운 대외 환경 속에서 정용진-정유경 남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그룹의 양대 산맥인 마트와 백화점이 모두 올해 적자를 기록하는 등 부진을 겪는 만큼 그룹의 지속 가능 발전을 위해선 각 계열사의 ‘책임 경영’이 필요하다는 이 회장의 의중도 있다는 해석이다.

재계에서는 이 회장의 지분 증여로 이전보다 후계 구도가 안정화되면서 상속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일부 해소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또 합법적인 납세 절차를 통한 증여로 지배구조 측면에서 기업의 투명성도 부각된 것으로 보고 있다. 대주주가 현 시점이 증여세 부담이 적다고 판단했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준 결과가 돼 주가 견인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재계는 또 이 회장이 지분 증여를 통해 책임 경영을 강조한 만큼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이 다시 등기임원에 선임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본다.

이들은 지난 2013년 이후 신세계그룹 계열사 등기임원에서 모두 빠지며, 그룹에 책임 없이 영향력만 행사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최대주주로서 경영 보폭이 넓어진 이들이 차기 주주총회에서 계열사 등기임원이 될 수 있고, 이같은 분위기는 10월 중순께로 예상되는 신세계그룹의 정기 인사가 더욱 속도감 있게 진행되도록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재계 관계자는 “정 부회장과 정 총괄사장은 그간 전혀 다른 경영 스타일을 보여 왔는데, 앞으로 두 계열사의 색깔이 더욱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신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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