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으로 내몰리는 택배노동자들…‘손놓고 있는’ 정부와 국회

[헤럴드경제=김대우 기자] 코로나 사태로 비대면 거래가 늘어난데다 추석명절까지 겹치면서 그렇지 않아도 장시간 노동에 반복노출된 택배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고 있지만 정부는 과로사를 막을 근본대책은 커녕 처우개선을 위한 최소한의 대응에도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 출범 기자회견 모습. [헤럴드DB]

29일 산업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20년 6월까지 택배업 산재사망자는 23명에 달한다. 특히 올 상반기에만 9명이나 된다. 이처럼 산재사망자가가 크게 늘고있는 것은 장시간 노동과 과로 탓이다. 실제로 올 상반기 택배 물량은 전년 상반기보다 20~40%가량 증가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대책위원회에서 진행한 실태조사 결과, 택배노동자는 주당 평균 71.3시간을 일한다. 연간 노동시간은 약 3700시간으로 한국 노동자 평균의 2배에 달한다. 사고재해율(4일 이상 요양이 필요한 상해 기준)은 25.9%로 한국 노동자 평균의 50배 이상이다.

택배물량이 큰폭으로 증가하는 9·10·11월에는 노동시간이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죽음 앞으로 뚜벅뚜벅 걷는 삶을 살고 있다”는 말이 실감날 정도다. 택배노동자가 하루 13~16시간의 장시간을 노동을 하는 것은 분류작업 때문이다. 이게 늦어지다보니 밤늦게까지 배송할 수밖에 없고, 다시 새벽에 출근해야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분류작업은 한푼도 못받는 ‘공짜노동’이다.

노동자들이 죽어나가고 있는데도, 정부는 물론 국회도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택배노동들의 분류작업 전면거부 선언에 정부와 택배업계가 1만명 추가인력 투입을 발표해 발등에 떨어진 추석 택배대란은 막았다. 하지만 추석이후 원상태로 돌아가면 과로가 다시 시작될 것이 뻔하다.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안된다. 근본적인 대책이 없다면 택배 의존도가 급증한 요즘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는 물론이고, 택배를 이용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한 상황이다.

택배노동자가 근로기준법을 적용받는 노동자였다면, 주 52시간이 넘는 노동시간은 등은 모두 불법이다. 그러나 택배노동자는 법적으로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 택배노동자의 장시간 노동을 막기 위한 별도 법체계도 없다는 얘기다.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은 이미 나와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가 수없이 요구해 왔듯이 택배 업무량 중 40% 이상을 차지하는 ‘공짜노동’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마련하는 것이다. 정부는 택배사들이 분류작업 전담인력을 마련하게 강제할 방안을 강구하고, 근본적인 과로사 방지책 마련을 위해 민관공동위원회와 같은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야 한다.

국회는 택배노동자 권익보호 내용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산업법’을 조속히 제정해야 한다. 택배노동자를 택배운전종사자와 택배분류종사자로 나누어 공짜노동 논란과 장시간 노동문제를 해소하는 내용을 담은 ‘생활물류서비스발전법’은 야당과 관련업계의 반대에 지난 국회에서 자동폐기됐다. 이번 국회에 또 다시 발의됐지만 분류업무가 택배기사의 기본업무에 포함되느냐를 놓고 첨예하게 엇갈려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꾸지 않고 땜질식 처방에 그치면, 택배 대란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고 택배노동자 과로사는 또 나올 수 있다”며 “택배노동자들의 업무환경 개선을 위한 관련법 마련과 과로사 예방을 위한 관리감독 강화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dewkim@heraldcorp.com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