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포럼] 우리 몸의 건강 지킴이, 합성생물학

우리는 미생물과 함께 살고 있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기에 우리는 미생물의 존재를 쉽게 잊는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우리의 ‘건강 지킴이’라면 어떨까? 그렇다면 우리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 우리 몸의 미생물을 잘 유지하고 관리하는 데 소홀하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장(腸) 안에 사는 미생물은 염증성 장질환, 과민성장증후군 같은 소화기질환뿐만 아니라 비만, 당뇨, 파킨슨병, 자폐증까지 다양한 질병과 연관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다. 그래서 장내 미생물은 우리 몸의 ‘제2의 장기’라 불리며 건강한 장내 미생물이 곧 건강한 신체라는 인식을 만들어 새로운 소비 트렌드로 부상했다.

장내 미생물은 과거 건강기능식품으로써 보조적인 역할에서 벗어나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신약 개발 대상이 되고 있다. 헬스케어 산업에서는 이미 장내 미생물을 이용한 질병의 예방-진단-치료의 전주기 관리가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합성생물학의 발전과 함께 만들어지고 있다. 합성생물학은 생명의 프로그램을 정밀 분석해 표준화, 규격화된 생물 부품을 만들고, 원하는 목적에 맞게 생명체를 설계한 후 생물 부품들을 다시 조립해 생명체를 만드는 학문 분야다. 합성생물학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의 핵심 바이오기술로 인정받고 있으며,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서의 중요성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를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 임상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기존에 치료법이 없거나 치료 효율이 낮은 질병을 대상으로 많은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프로바이오틱스가 질병의 치료제로 개발되기 위해서는 질병의 표지물질(Biomarker)을 감지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의 핵심기술인 유전자회로와 치료에 사용되는 물질을 만들 수 있는 대사경로가 필요하다. 질병의 진단을 치료제의 생산으로 연결시켜주는 DNA 스위치는 올해 노벨화학상 기술인 크리스퍼(CRISPR) 유전자가위를 활용한다.

국내에서도 합성생물학 연구 선두그룹인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합성생물학전문연구단에서 최근 장내 염증을 감지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장 속에 살다가 염증의 표지물질인 질산염을 감지하면 형광으로 염증의 발생을 알려주는 똑똑한 프로바이오틱스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실제 이 미생물은 실험동물 쥐의 장 안에 정착해 살다가 염증을 감지했으며, 쥐의 분변에서도 형광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국내 합성생물학 기술이 헬스케어 분야의 새로운 적용 가능성을 제시한 것으로, 앞으로 염증의 진단과 치료가 동시에 가능한 프로바이오틱스 개발도 기대할 수 있다.

국내 합성생물학 연구와 관련 산업은 규모가 매우 작은 편이다. 특히 헬스케어 산업에 적용할 수 있는 합성생물학 기술 연구의 절대적 양이 적다. 그러나 합성생물학의 주요 연구 대상이었던 산업미생물에서 우리 몸 안의 미생물로 시야를 넓힌다면 세계가 주목할 만한 연구도 가능할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연구자, 더 많은 기업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을 것이며, 더 나아가 합성생물학의 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바이오파운드리(Biofoundry)의 설립을 통해 합성생물학이 헬스케어 분야뿐만 아니라 바이오산업 전반에 확산될 날을 기대해 본다.

이대희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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