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에서 월계로 원정 쇼핑을?…트·트 트레인의 반란

트레이더스 매장 사진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사진=김빛나 기자]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지난 29일 오후 4시께 서울 노원구 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평일 낮 시간임에도 초록색 마트를 끌고 다니며 구경하는 가족 단위 손님들로 매장이 북적거렸다. 그 중 사람들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은 육류 코너. 매장 한쪽 벽을 거의 채울 정도로 긴 냉장고에 대용량 육류 상품들이 투박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시식대 앞에는 갓 구워진 고기를 맛보려는 사람들이 줄 지어서 서 있었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트레이더스인 이 곳은 20m도 채 안 되는 거리에 이마트 월계점이 있지만 전국 매장 매출 5위를 기록할 정도다.

올해로 꼭 10년째를 맞은 창고형 할인점의 반란이 거세다. 기존 대형마트의 아성에도, 최근 무서운 흡입력으로 쇼핑행태를 뒤바꾸고 있는 이커머스의 파상 공세에도 유독 창고형 할인점만큼은 불황을 모를 정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한국사회가 일시 멈췄을 때에도 이마트 트레이더스나 코스트코에는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마스크를 사기 위해, 혹은 라면을, 고기를 사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몇시간이고 기다리는 모습이 심심찮게 연출됐다.

▶창고형 매장 컨셉에 충실…성공비결은 선택과 집중= 매일 저녁 6시부터 연어를 사려는 사람들이 줄지어 서 있다는 월계점 수산식품 코너의 상품 종류 또한 다른 마트에 비해 적은 편이다. 회는 광어와 연어 2종류, 그마저도 소비자가 직접 썰어야 먹을 수 있는 대용량 상품 위주로 진열돼있다. 트레이더스의 수산식품 종류는 이마트의 5분의 1, 전체 상품 종류는 3분의 1 수준이다.

그만큼 트레이더스는 창고형 매장의 핵심, ‘대용량·저가 상품’에 집중한다. 상품 종류에 집착하기보다는 잘 팔리는 물건들만 집중해서 판매한다. 트레이더스 바이어는 매장에 새 상품을 넣으려면 다른 상품을 빼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별다른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던 토종 창고형 마트 롯데 빅마켓·홈플러스 스페셜과의 차이점이기도 하다. 트레이더스에서는 소포장된 상품을 찾기 힘들다. 쌀은 10㎏ 이상, 과일은 박스째로만 살 수 있다. 다른 토종 창고형 마트와 달리 1인 가구는 소외를 느낄 정도로 상품을 구성해 특색을 살렸다.

대신 식품 부문의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췄다. 비식품은 연회비가 있는 코스트코와 이커머스와 대결하면 비슷하거나 밀릴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방문을 유도하는 ‘미끼용 상품’인 생수, 인기 상품인 육류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높게 구성해 소비자들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한국에서 유독 ‘열풍’이라고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코스트코의 장수 비결로 꼽히는 것도 ‘선택과 집중’이다.

코스트코는 도매형 점포로 소품종 대량 판매를 기본으로 한다. 국내 대형마트의 품목 수(SKU·stock keeping unit)가 4만개에 이르는 데 비해 코스트코는 4000여개에 불과하다. 취급 제품 수를 품목별로 1~3개로 줄여 품목당 판매량을 높이고, 이를 바탕으로 협력업체에 대한 바잉파워를 확보해 가격을 낮추는 전략이다. 미국 본사의 글로벌 소싱 시스템을 통해 들여오는 해외 상품도 소비자들이 코스트코를 찾는 이유다.

트레이더스 매장 사진 [사진제공=이마트]

트레이더스 월계점 SNS 계정 [사진출처=트레이더스 공식 인스타그램]

▶‘가성비’ 상품 인기에 강원도에서 서울로 원정 쇼핑=트레이더스는 매장 반경 50㎞ 이내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을 잠재적 고객으로 생각한다. 한 지역에 트레이더스 매장 하나만 있어도 그 지역 주민을 흡수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서울에 있는 유일한 트레이더스 매장인 월계점도 주말에 경기도 파주, 강원도 원주·춘천에서 온 소비자들로 붐빈다.

다만 창고형 할인점 업태 특성상 구매 단가가 높아 한 달 방문 횟수가 높지 않다. 따라서 손님을 최대한 자주 방문하게 만드는 일이 중요하다. 트레이더스는 소비자들의 방문 횟수를 늘리기 위해 구독 경제를 도입했다. 카드 할인 혜택을 받을 경우 월 4980원에 커피 쿠폰 31장을 주는 구독 서비스를 실시했고, 잔당 158원이라는 파격 가격에 지난 5월 회수율 40%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점마다 별도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운영하기도 한다. 소비자들이 쉽게 물건을 찾을 수 없는 창고형 매장인 만큼 지점별로 어떤 상품이 있는지, 신제품은 무엇인지 소개하기 위해서다.

▶트트(코스트코·트레이더스)의 반란…이커머스도 막아냈다=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트코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2018년 9월 1일~2019년 8월 31일) 매출은 4조1709억원으로 전년 대비 6.3% 증가했다.

전통적 오프라인 유통 매장이 매출 감소를 겪고 있지만 코스트코는 충성 고객을 바탕으로 수년째 계속 성장하고 있다. 영업 첫해인 1998년 2421억원이었던 코스트코 매출은 2007년(1조157억원) 1조원을 달성했다. 이후 2010년(2조863억원), 2014년(3조2000억원), 2019년(4조1709)에 각각 2조원, 3조원, 4조원을 넘겼다. 10년 만에 매출이 2배 규모로 커진 셈이다. 특히 서울 양재점은 연간 5000억원대(업계 추정) 이상의 매출을 올려 전 세계 750여개 코스트코 매장 중 최고 매출을 기록한 곳으로 유명하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교수는 “코스트코는 상품 경쟁력과 가격 경쟁력이 뛰어나 소비자들에게 ‘보물 찾기’를 하는 듯한 쇼핑 경험을 제공해 인기를 끌고 있다”며 “과거에는 물류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수도권 위주로 출점했으나 최근 지방 수요가 커지자 전국으로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의 성장세 역시 만만치 않다.

유로모니터 조사에 따르면 트레이더스는 지난해 창고형 매장 시장 점유율 30%를 돌파했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에도 불구하고 지난 9월 매출 2조원을 돌파, 연말까지 매출 3조원 돌파를 예상하고 있다. 지난 1·2분기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1.8%, 18.6% 신장했다. 반면 이마트는 코로나 여파로 매출과 이익이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전문가들도 트레이더스 성장을 주목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온라인 시장이 커진 만큼 오프라인 매장은 트레이더스처럼 특색 있어야만 살아남는다고 지적한다. 정연승 단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소비자들이 확실한 콘셉트를 원한다”며 “아주 비싸든지 아니면 가성비 좋은 제품을 확보하든지 해야 한다. 트레이더스는 매장 성격이 명확하기 때문에 인기를 얻는 것”이라고 말했다.

binn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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