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예측불허 시대의 과학기술인 경력개발

세상이 숨 가쁘게 변하고 있다. 세계경제포럼(WEF) 보고서 ‘2020 일자리의 미래’에 따르면 5년 내 기계나 기술로 대체되는 일자리가 8500만개에 이른다. OECD도 앞으로 15~20년 내 현재 직업의 45%가 없어지거나 개편될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변화를 일으키는 가장 큰 힘은 다름 아닌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첨단 과학기술이다.

이와 관련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앞으로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긴 ‘무용계급’이 생겨날 것이라는 섬뜩한 예측을 했다. 과학기술인은 기술발전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기에 누구보다 빨리 이 흐름에 맞닥뜨릴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전환 시대에 과학기술인이 일하는 방식과 직업 환경은 변화무쌍해지고 새로운 지식을 학습하고 미래 역량을 갖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다.

‘제4차 과학기술인재 육성·지원 기본계획’에도 과학기술인 평생학습 지원체계를 강화한다는 내용이 세부 전략으로 담겼다. 변화에 시의적절하게 대응하는 방안이다. 이 전략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두기 위해 정부와 기관, 개인 세 주체가 함께 민첩하게 움직여야 한다. 먼저 과학기술인 경력개발을 지원하는 정부 차원의 구체적인 계획과 실천이 필요하다. 영국 정부는 2008년부터 과학기술인 경력개발 전문기관인 ‘VITAE’를 설립해 경력진단, 교육 등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5년 내 이공계 인재가 5만명 가까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재직자 경력심화뿐 아니라 경력단절 여성과기인, 고경력 과학기술인 경력 전환까지 아우르는 지원 정책을 통해 인재를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연구기관과 기업도 과기인재 역량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KISTEP 조사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이공계 특화 교육훈련을 운영하는 기업은 7.6% 수준이다. 선진국에서는 일찍이 재직자의 역량개발 및 직무전환 훈련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구글, IBM, 아마존 등도 미국 교육기업 유다시티와 협력하여 온라인 직무교육 나노디그리(Nanodegree) 과정을 개발해 신기술 교육에 힘을 쏟고 있다. 우리도 산학연 협력 체계를 구축해 AI, 디지털 전환 등 신기술을 익힐 수 있는 교육을 체계적으로 제공하는 것이 시급하다.

과학기술인 또한 변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여 자신의 미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려보고 발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 ‘애자일(agile)’이 경영의 화두가 되고 있는데, 이는 개인에게도 적용될 수 있다. 민첩함, 날렵함을 뜻하는 애자일은 환경 변화에 따라 신속하게 방향을 선회할 수 있는 능력으로 풀이된다. 세계경제포럼에서 미래 과학기술인재 핵심역량으로 유연성과 변화대응 역량을 제시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이러한 흐름에 맞춰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에서는 과학기술인 전문성 심화, 경력 전환, 은퇴 후 재설계까지 포함한 생애주기 경력개발 지원 사업을 다양하게 추진 중이다. 과기인재 정책수립 지원을 위해 ‘과학기술인 경력개발 실태조사’에 착수했으며, 경력개발서비스 ‘K-클럽’을 전면 개편해 제공할 예정이다.

과학기술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다. 그리고 과학기술을 이끌어가는 미래 경쟁력의 원천은 사람이기에, 거대한 시대 변화 앞에서 다시금 정부와 기관, 과학기술인이 힘을 모아 인재 혁신을 이뤄야 할 것이다.

박귀찬 국가과학기술인력개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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