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방탄소년단, 아이돌 넘어 ‘올라운드 플레이어’로 새로운 미래

방탄소년단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한국 대중음악 최초 빌보드 ‘핫100’ 1위에 오르고, ‘견고한’ 그래미 어워즈의 벽을 깨고 후보로 입성한 방탄소년단이 ‘새로운 미래’의 본격적인 출발을 알리고 있다.

지난 20일 발매한 방탄소년단의 새 앨범 ‘BE (Deluxe Edition)’은 방탄소년단의 데뷔 이후 7년의 활동을 돌아봐도 여러 면에서 흥미로운 지점에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상황이 아니라면 태어나지 않았을 앨범으로,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가는 20대 청년들의 이야기”(RM)를 담아 써내려갔다.

앨범은 소속사인 빅히트 엔터테인먼트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앨범”이라고 밝힌 것처럼 2020년에만 만날 수 있는 ‘스페셜 에디션’이다. 탄탄한 스토리텔링으로 방탄소년단의 세계관을 담은 연작 시리즈를 선보인 기존 앨범과의 연결고리 없이 독자적으로 등장했다. 전문가들은 방탄소년단의 이번 앨범을 “이전과는 다른 성격”(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이자 “다른 길을 가는 앨범”(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수)이라고 했다. 특히 정민재 대중음악평론가는 “정규 작업물이라기 보다 소품집이나 팬서비스 개념의 앨범이다”라고 봤다.

방탄소년단 [미국 CBS ‘더 레이트 레이트 쇼 위드 제임스 코든’]
참여도 높인 새 앨범…“성숙한 뮤지션의 모습”

새 앨범은 이전 앨범보다도 멤버들의 참여도가 특히나 높다. 방탄소년단은 이번 앨범에서 곡 작업은 물론 분야별 PM(Project Manager, 프로젝트 매니저)을 정해 앨범의 기획, 단계부터 콘셉트, 구성 등 앨범 작업 전반에 참여했다.

이규탁 한국조지메이슨대 교양학부 교수는 “방탄소년단은 기존에도 작사, 작곡 등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지만, 이번 앨범에선 특히 많은 부분에 참여했다. 뮤지션, 아티스트로 성숙한 모습을 보여주려는 노력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정 평론가는 “방탄소년단의 정규 커리어에서 두드러지게 다룰 만한 음반은 아니지만, 지금 이 시대에만 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멤버들이 직접 창작을 하고, 이야기를 넣으며 모든 영역에 참여하는 시도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방탄소년단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제공]
‘팬데믹 시대’ 담아낸 메시지…젊은 세대 대변자

새 앨범에 수록된 한 곡 한 곡은 동시대 젊은 세대들의 대변자를 자처해온 방탄소년단의 이야기를 빼곡히 담았다. 팬데믹 시대를 살아가는 방탄소년단의 불안과 두려운 감정, 그럼에도 “‘어떤 상황에서도 삶은 계속된다’는 준엄한 진리”(RM)와 희망을 담았다. 한 마디로 “시의성 좋은 기획”(정민재 평론가)이다.

정 평론가는 “영미 음악권에선 팬데믹 상황을 담아낸 음악이 라이브, 싱글 등 여러 형태로 나왔다”라며 “우리 가요계에선 코로나19 상황을 담아낸 음악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아티스트는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이다. 대중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아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존 앨범과 달리 절반 정도는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인 데다, 코로나19 시대를 담으며 위로를 전하는 메시지가 주를 이룬다”라며 “방탄소년단은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 그것을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할 때 스스로 한다, 그것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탄소년단에게 제2의 ‘다이너마이트’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데도 자신들이 해야할 이야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묵묵하게 해나가는 모습은 아티스트로서 가져야 하는 자세를 갖췄다”고 봤다.

방탄소년단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아이돌 한계 돌파·창작자로 활약…BTS의 새 미래

모든 멤버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한 이번 앨범은 방탄소년단이 K팝 업계의 일원으로서 역할과 영역을 넓혀갈 수 있는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리더 RM은 “이번 앨범에선 멤버들이 작가적인 면면을 갖추려고 확장한 부분이 있다”라며 “방탄소년단이라는 그룹을 이어나가는 데에 있어 거대한 서사도 좋지만, 스스로 작가적인 면면과 스토리, 서사를 갖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앨범이 잘 된다면 저희들의 참여가 늘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스로 언급한 것처럼 이번 신보는 방탄소년단이 지나온 길이 아닌 나아갈 길 위에서 또 다른 가능성이 된 본격적인 출발점으로 남을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정 평론가는 “K팝에서 비판이 되는 지적은 본인의 이야기가 없고, 아티스트의 의지로 만들어진 음악보다 외부의 작업으로 나오는 결과물이 많다는 점이다. 한 마디로 공장음악이라는 비판이 많았다”라며 “최근 방탄소년단처럼 작가주의 시도를 내는 그룹이 늘고 있다. 이러한 시도가 자리를 잡았을 때 올라운드 플레이어, 창작자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 교수는 “결국 내 이야기, 내 생각을 쓰고 그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것이 작가가 하는 일이다”라며 “방탄소년단의 이번 앨범은 독립된 가수이자 아티스트로 내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시도를 담았다”고 말했다.

sh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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