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별’ 기업 임원들 ‘불면의 밤’

[123rf]

대한민국 직장인들 중 단 1%만이 달 수 있는 ‘별’. 임원이다. 그런 이들이 요즘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거세게 불어대는 연말 ‘인사 삭풍’에 대한 불안감과 체감도는 상상 이상이라고 한다. ▶관련기사 12·19면

수년 전까지만 해도 당장 성과를 내지 못해도 직급 승진 연한인 3~5년 정도는 자리에서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승진 연한이 2년 내외로 줄어들고 있다. 부사장급 이상으로 올라가면 이마저도 없다. 매년 성과 평가에 따라 자리 보전 여부가 결정된다는 말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최연소 타이틀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주위의 부러움을 받았던 젊은 임원이 불과 1년 만에 짐을 싸는 경우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2020년 겨울은 유독 매섭다고 임원들은 입을 모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다 실적 악화까지 겹쳤다. 여기에 재계가 2~3세대로 재편되면서 세대교체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도 임원들을 불면의 밤으로 몰아넣고 있다.

A그룹 한 임원은 “30대 임원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을 정도로 세대교체는 빨라지고 있고, 기업마다 위기감이 팽배하다 보니 임원 수 먼저 줄여 조직에 긴장감과 변화를 주려는 경우도 있다”며 “언제 잘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토로하는 임원들이 부쩍 많아졌다”고 토로했다.

실제, 롯데그룹은 지난 26일 롯데지주를 비롯한 35개 계열사 임원 인사를 한 번에 단행하면서 임원 중 30% 이상을 교체했다. 계열사별로 임원 3명 중 1명꼴로 자리를 옮기거나 짐을 쌌다는 뜻이다. 빈 자리에 신규 임원은 10% 정도밖에 선임하지 않아 임원 수가 20%나 줄었다. 롯데 내부적으로는 600여개의 임원 자리 중 100여개 이상이 이번 인사를 통해 줄어든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재계에서 불고 있는 ‘세대 교체론’도 임원들을 좌불안석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한국시엑스오(CXO)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 임원들은 보통 20대 중·후반에 입사해 첫 임원을 다는 평균 나이가 49.6세다. 하지만 올해 연말 인사에서 발탁된 임원들 연령대는 40대 중·후반, 대표이사급도 50대 초·중반 등으로 연령대가 낮아졌다. 그만큼 기존 임원들의 재직 기간은 짧아질 수 밖에 없다. 한국CXO연구소 조사에서도 국내 기업 임원들의 평균 재직 기간은 5년6개월에 그친 것으로 조사됐다.

‘안정 속 혁신’을 모토로 국내 대기업 중 상대적으로 ‘덜 독한(?)’ 연말인사를 했던 LG그룹도 젊은 피 수혈에는 적극적이었다. 올해 신규 선임한 124명의 상무 중 45세 이하가 24명이다 됐다. 지난 9월 가장 먼저 인사를 단행한 한화그룹도 계열사 최고경영자(CEO)의 평균 연령이 58.1세에서 55.7세로 2세 이상 낮아졌다. 이번 인사에서 대표이사 및 단위 조직장으로 보임된 7명의 롯데그룹 인사들도 모두 나이가 50~52세로 50대 초반이었다.

5대 그룹사의 임원인 A씨는 “올해는 운 좋게도 살아남았지만 내년에는 어떻게 될 지 알 수가 없다” 고 말했다. 정순식·신소연 기자

Print Friendly